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자녀를 조기 유학을 보내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회나 가족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개인주의 가치관'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자식이 부모를 반드시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조선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강명구 교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회와 가족 가치 분야에 대해 국민 의식을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12일부터 30일까지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0명을 일대일 방문 면접해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명예교수, 이재열 교수, 김석호 교수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 등 아시아연구소 연구진이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이민 의향' 10년 만에 급감
이번 조사에서 국민 30.3%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민(移民)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민 갈 의향이 있는 국민은 1986년 24.8%, 2001년 35.5%, 2005년 46.1%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10년 만에 15%포인트가량 크게 줄어든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이민 의향이 있는 국민은 전 세대에 걸쳐 모두 줄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민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통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을 때 국민이 이민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에 여전히 갈등 요소가 많기는 해도 과거에 비해서는 경제가 확실히 질적·양적으로 안정됐다"며 "이 때문에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는 해외 이민을 택하기보다 '어떻게든 우리나라에서 잘 해보자'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낼 마음이 있다'는 국민도 2005년 69.8%, 2006년 55.6%, 2015년 50.9%로 꾸준히 감소 추세다. 조기 유학에 드는 비용에 비해 취업이나 사회 적응 부분에서 효과가 작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은 2010년 85.7%에서 72.3%로 감소했다.
◇개인주의 가치관 급증
집단(사회)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2005년 41.9%에서 올해 66.3%로 급격히 증가했다. 또 개인주의적 사고를 가진 국민(66.3%)이 집단주의적 사고(33.7%)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국민의 가족에 대한 가치관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모실 의무가 있다'는 점에 국민 42%만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부양 의무에 찬성하는 국민은 1996년 67%에서 2005년 58%, 올해 42%로 급감하는 추세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자율성과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식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여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남편에 의해 결정된다'는 데 동의하는 국민은 20년 전 44%에서 올해 24%로 줄었다. 전통적인 남아 선호 사상도 갈수록 약해져 '아들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매우 찬성하는 국민은 1996년 22%에서 올해 7%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부 사이가 나빠도 자식을 위해 이혼은 안 해야 한다'는 국민은 2005년 64%에서 10년 만에 절반 수준(35%)으로 감소했다. 결혼이 필수라는 생각을 가진 국민도 2006년 25.7%에서 올해 14.9%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