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기억력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화 현상. 그러기에 기억력을 잘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잘 기억하려면 역설적으로 잘 잊어버릴 줄 알아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불필요한 기억을 제거하는 것은 현재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한 과정이다. 연구팀은 기억력 실험 참가자들이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해 전념하는 동안 그 기억과 무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서 기억을 방해했다. 연구팀은 그런 과정이 전두엽 활동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뇌 MRI로 조사했다. 실험 결과, 기억을 담당하는 전두엽 활동이 느려지면 방해 정보가 있어도 한 번 떠올린 기억을 잘 유지했다. 즉 혼란을 주는 정보를 잘 지우려 했더니 기억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억력을 향상하려면 기억하고 싶은 것을 잘 선별해서 그것만 기억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중요도가 높은 순으로 기억하려 해서 현재의 뇌용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라는 뜻이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모든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앞으로 연락하고 지낼 만한 사람을 선택해 그들의 이름을 암기하는 식이다. 기억은 1000억 개의 신경세포들로 구성된 뉴런의 상호 연결로 만들어진다. 연결이 확고하게 굳으면서 기억 능력이 생긴다. 이를 활용하려면 우선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서는 안 된다. 잠은 뇌가 뉴런 연결을 강화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틀에 박힌 생활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도 기억력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뇌가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새로운 정보를 붙잡아둬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이를 저장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새로움은 일종의 기억 훈련인 셈이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여행,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새로운 음식 등도 일상적인 자극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경회로와 연결 경로가 작동되도록 부추겨 기억력 활성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