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전관 예우 논란이 거세다. 전관 예우 타파를 공약으로 내세운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법관 개업을 반대하며 상고 사건 도장 값이 3000만원이라고 폭로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전관 예우 논란은 빠지지 않았다. ‘전관예우는 법원 문제가 아닌 법률시장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있던 대법원이 지난 달 전관예우를 막겠다며 변호사 성공보수 무효 판결을 내면서 전관 예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조선비즈는 전관 예우 방지법, 대법원 판결 등 전관예우 방지책의 실효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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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를 막기위해 2011년부터 시행된 ‘전관예우 방지법’(변호사법 개정)이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사나 판사로 퇴임한 1년 동안 근무지에서 수임을 제한하는 퇴임공직자의 수임제한금지 규정을 어겨도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인 과태료 200만원 등 솜방망이 처분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전관 예우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인 전화 변론 등 선임 신고서 없이 이뤄지는 불법 행위는 현행법으로 막을 장치조차 없다.

◆ “전화 변론 14년 전 보다 오히려 늘었다”

법조계에서는 선임 신고서 제출 없이 벌어지는 ‘전화 변론’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전관예우 방지법이 시행된지 4년이 됐지만 불법 전화 변론을 막는 조항이 없어 오히려 ‘전화 변론’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 전화 변론은 고위 검찰 출신 변호사가 후배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안부인사 등으로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화를 말한다. 정상적인 변론과 거리가 멀다.

현재 공직 퇴임변호사의 불법은 법조 윤리 위원회를 통해 적발된다.
위원회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지방변호사회에서 공직퇴임 변호사 수임 자료를 받아 수임 위반 내용을 찾는다. 적발될 경우 대한변협 회장에게 징계 개시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임 자료를 내지 않는 전화 변론 등은 걸러 낼 장치가 없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김태정 전 법무장관이 1억원을 받고 전화 변론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때가 2001년”이라며 “당시 전관 예우 논란은 물론 신고되지 않은 변호 활동으로 탈세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당시 대한변협 공보이사로 김 전 장관의 불법 여부를 조사하는데 관여했다.

하 회장은 “14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가 선임 신고서 없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로 변론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 온다”며 “수임 제한이 있는 1년 동안 수익을 낼 수 있는 활동은 전화 변론 밖에 없어 오히려 전화 변론이 갈수록 심해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입법을 통해 전화 변론을 확실하게 막을 방법을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 “1억원 수임료에 200만원 과태료면 나도 한다”

변호사법은 2011년 판검사가 퇴직 직전 근무지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개정됐다.
개정안은 전관 변호사가 선임 신고서 제출 없이 변론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당시 인사청문회 등에서 전관 변호사들이 직전 근무지 인맥을 동원해 고액 수임료를 받는다는 지적이 일자 국회는 변호사법 개정에 나섰고 개정안을 전관예우 방지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개정 변호사법에는 금지조항만 신설됐을 뿐 처벌 조항이 없다. 대한변협이 변호사의 수임 제한 위반 사항을 적발해도 행정 처분에 불과한 과태료 말고는 제재 수단이 없다. 위반 사안이 적발된 변호사는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과태료 처분이 200만~300만원의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다른 변호사법위반은 퇴임공직자 수임위반시 과태료의 10배 많은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한다.
재판부와 연고 관계를 선전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정모 변호사는 과태료 2000만원을 받았다. 형사재판에서 무고죄로 형사처벌 받은 유명 방송인 강모 변호사는 '품위유지 위반'으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 됐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수임계 없이 전화 한통에 1억원 받은 전관도 있었다”며 “이 경우도 과태료 200~300만원 뿐이라면 나 같아도 수임제한 규정을 어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다른 변호사법 위반은 과태료 2000만원이 부과되기도 하지만 공직퇴임변호사의 수임제한 위반은 과태료 200~300만원으로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전과가 남는 벌금 등으로 처벌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법 개정된 2011년 이후에도 전관들 여전히 활개…실효성 없다”

조선비즈가 대한변협을 통해 입수한 수임제한 위반 징계 현황을 보면 전관예우 방지법이 시행된 2011년부터 현재까지 12건(8월 4일 기준)이 적발됐다. 법이 시행된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수임제한 규정 위반 적발건수는 0건이었지만 2014년 7건, 2015년(7월 기준) 3건이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적발된 뒤 과태료 부과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전관 변호사가 수임제한 규정을 어긴 시점은 2011년이나 2012년으로 보인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변호사법이 개정된 해에도 수임제한을 어긴 꼴이다.

실제 올해 과태료를 부과 받은 전관 변호사는 모두 2011년과 2012년 퇴임한 검사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받은 시점은 2014년, 2015년이지만 수임제한 금지 규정을 어긴 실질적 시점은 수 년 전”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법 시행령 23조는 징계처분 확정된 변호사에 대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토록 하고 있다. 2015년 공직퇴임 수임제한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3명이지만 홈페이지에 공개된 변호사 는 5명이다. 징계일이 아닌 효력 발생일 기준으로 공개돼 실제 징계받은 변호사수와 홈페이지에 공개된 명단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대한변협 설명이다.

대한변협 홈페이지에 공개된 올해 공직퇴임변호사 수임위반 변호사는 모두 검찰 출신이다. 서울고검 출신 사법연수원 17기 고검검사급부터 34기 평검사급까지 연차도 다양하다.
이들 중 4명이 법무법인 소속이다. 이들은 모두 과태료 200만~300만원 처분 받았다. 과태료는 행정처분으로 효력 발생 이후 6개월이 지나면 행정처분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