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폭스 뉴스(Fox News)의 토론 진행자 메긴 켈리(Megyn Kelly)를 모욕하는 발언을 하자 미국 보수성향 집단이 트럼프의 초청 행사를 취소했다.
타임지는 8일(현지시각) 영향력있는 보수성향의 블로거 에릭 에릭슨(Erick Erickson)의 트위터를 인용, 이번 주말 예정됐던 행사인 레드스테이트 게더링(RedState Gathering)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블로그 레드스테이트는 7일(현지시각) 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상당한 호의를 베푸려고 했으나 그의 최근 발언들이 선을 넘었다”는 에릭슨의 글을 게재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 토론에서 진행을 맡은 켈리에 대해 "폭스 시청자들이 '빔보'(bimbo·섹시한 여자를 칭하는 속칭)에게 낮은 점수를 주면 켈리는 다른 프로그램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또한 "이번 토론회의 최대 패자는 켈리"라면서 "나를 짓밟을 수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켈리가 6일(현지시각) 열린 토론에서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트럼프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켈리는 “당신은 트위터 등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에 대해 뚱뚱한 돼지, 개, 지저분한 것, 그리고 역겨운 동물로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당황한 트럼프는 “그것은 단지 로지 오도널(동성결혼한 미국 여성 코미디언)에게 그런 것”이라고 답했지만 켈리는 “기록을 보면 단순히 오도널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서 “NBC의 인기 TV쇼인 ‘견습공’(Apprentices)에서도 여성 출연자에게 ‘무릎을 꿇으면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분이 풀리지 않은 트럼프는 7일(현지시각) 저녁 CNN의 돈 레몬(Don Lemon)과의 인터뷰에서 “켈리의 질문들은 전부 어이없는 질문들이었다”면서 켈리에 대해 월경으로 인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에릭슨은 “트럼프의 발언들은 부적절했다”면서 “트럼프에 대한 초청을 취소하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여성으로부터 적대적인 질문을 받고 여성의 호르몬을 문제 삼는 사람을 무대에 세울 수는 없다”고 블로그에 밝혔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신 행사에 켈리를 초대했지만 아마 켈리가 여러 스케쥴로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화당의 여성 대선 후보인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는 켈리를 지지한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