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9)는 출마 선언 이후 공약 하나를 내세웠다.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관한 것이다.
그는 6월 27일 아이오와주 유세장에서 "대통령이 되면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빗어 넘기는) '올백 스타일'을 하겠다. 지금 머리는 손질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백악관에서는 내가 기를 쓰고 일을 할 예정이라 (머리 손질할) 시간이 없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신뢰를 사기 위해 보통 '2대8 가르마' 등 보수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30년째 황갈색 새 둥지나 솜사탕을 얹은 것처럼 보이는 기이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머리를 앞으로 빗어 넘긴 뒤 부풀려서 고정한 그의 머리 모양은 트레이드마크이자, 구설(口舌)의 대상이었다.
미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는 '가발로 탈모를 숨긴다' '모발 이식 수술을 받은 것이 아니냐' 등의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고 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바람에 날리는 그의 머리카락을 옥수수수염이나 빵 위에 수북이 올린 생크림 등에 빗댄 패러디물 등이 인기다. 미 주간 타임 등은 미용사에게 자문해 '트럼프의 머리 손질법'을 재구성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놀림에도 그가 한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전략'의 일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튀는 머리 모양을 농담으로 삼아 거침없고, 솔직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TV 토크쇼에 출연해서는 진행자에게 "내 머리를 직접 만져보라"며 이마를 내밀고, 인터뷰에서는 머리 손질법을 이야기한다. 미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에 2011년 "매일 비듬 전용 샴푸로 머리를 감고, 한 시간 동안 책이나 TV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말린다. 뒤쪽에서 앞쪽으로 머리를 빗은 뒤, (앞으로 길게 내려온 머리를) 뒤로 살짝 꺾어주고, 헤어스프레이로 고정하는 것"이라고 손질 비결을 밝혔다. 출마 선언 다음 날인 6월 17일 유세장에서는 앞머리를 들어 올려 이마를 보여주며 "아마 내 헤어스타일을 좋아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내 머리칼은 진짜"라고 했다. 당시 단상 위에 올라와 직접 그의 머리를 만져본 한 여성은 "숱이 좀 없긴 하지만, 진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