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2차 세계 대전의 잔해들이 남아있던 필리핀의 포트 보니파쇼(Fort Bonifacio) 군사기지가 고층 빌딩과 쇼핑몰, 고급 콘도들이 늘어선 상업지역으로 탈바꿈 했다.”
필리핀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 6%가 넘는 성장을 달성했다. 임금 상승으로 소득이 늘면서 내수 경기도 살아났다.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실리콘밸리 업체들을를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의 중요한 인력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리핀의 인력 아웃소싱(위탁) 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관련 업계 종사자 수가 이미 100만명을 넘었고, 내년에는 관련 매출이 250억달러(약 29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이 2700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규모가 큰 산업이다.
필리핀 아웃소싱 산업의 가장 큰 고객은 IT 관련 스타트업들이다. 하이테크 기업들은 모바일 프로그램 개발, 데이터 분석 등의 고급 기술력부터 비디오 제작, 광고 문안 작성, 재무 분석 등과 같은 수준의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필리핀의 대학을 통해 해마다 배출되는 13만명의 IT·공학 전공 졸업생들은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흥 시장 인력의 장점을 이야기 하면 흔히 ‘값싼 노동력’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글로벌 IT 업계에서 필리핀 출신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비용 절감 때문 만은 아니다.
필리핀 젊은이들은 영어를 보편적으로 구사하는 것도 글로벌 스타트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30년 넘게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필리핀 사람들은 특히 미국 문화와 친숙하다. 필리핀 경제 성장에 속도가 붙으면서 예전에는 단순 업무에 만족했던 필리핀 젊은이들도 점차 전문기술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HBR은 덧붙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도 장점이다. HBR은 “최소 5년의 경력을 가진 뛰어난 웹 개발자도 필리핀에서는 연간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의 임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매년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술력과 영어실력을 겸비한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필리핀을 찾고 있다. 필리핀은 영어권 국가 중에서 5번째로 인구가 많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24세로 매우 젊다.
필리핀의 모바일 콘텐츠 기업인 서파스(Xurpas)의 닉스 놀레도 창업주는HBR과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사람들은 동남아에서 가장 서구화됐다”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에게 필리핀이 통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같은 이유로 필리핀을 다른 신흥 시장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확장하기에 앞서 시험대로 이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기업 우버(Uber)는 휴가철을 겨냥한 주문형 택배 서비스를 필리핀 시장에서 처음 테스트했다. 미국의 온라인 부동산 스타트업인 섬택(Thumtack)은 필리핀의 계약직 근로자 1000명을 재택근무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필리핀 태풍 당시 현지 전문 인력과 협력해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