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씨의 기상천외한 폭탄주 만들기, 그러나 투척주는?
손가락이 소주병 목을 튕기더니 빠르게 잔 속에 소주와 맥주가 섞인다. 두 가지 술이 섞이며 터져 나오는 거품을 보자 손님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신들린듯한 손놀림으로 술병을 다루는 함순복(48)씨. 인터넷에서 폭탄주 전문가로 유명세를 타는 그녀의 손 끝에 만들어지는 기상천외한 ‘폭탄주 제조’를 알아보았다.
지난 6일 오후 포항시 북구 죽도동 다미촌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를 만났다. 함 씨의 폭탄주 제조 영상이 SNS와 유튜브 등에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녀는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맛도 잘 모른다”고 했다. 신기에 가까운 폭탄주 제조 영상덕분에 손님이 많은 그녀의 식당에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그녀는 “포항을 오는 사람들이 바다를 보러올 때 이곳을 들러 가는 관광코스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장사가 잘된 것은 아니었다.
2002년 당시 건설업계에 종사하던 함 씨의 아버지가 부도로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어렵게 식당을 오픈했지만 장사는 잘되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광우병 사태까지 겹쳤다. 결국 저축한 돈으로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며 가게를 이어갔다. 그러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의 폭탄주 제조를 보고 그녀는 재미삼아 배워나갔다. 병 따는 방법부터 배웠다는 함 씨는 어느새 손님보다 더 능숙해져 폭탄주를 만드는 방법만 3가지다.
나날이 그녀의 유명세가 더해지자 지난 9일 모 주류회사의 페이스 북에 함 씨의 영상이 올라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을 살펴보면, 꽤 먼 거리에서 소주병을 튕기면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잔에 소주가 정확히 들어간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이른바 ‘투척주’다. 다음날 공개한 젓가락 회오리 샷 영상도 기발하다. 손님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젓가락을 세워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함 씨가 소주잔을 올려놓자 저절로 돌아간다. 잔에 소주를 채우자 잔 안에 회오리도 생긴다.
그녀의 폭탄주 제조 실력은 탁월하지만 그러나 거의 마술에 가까운 이 장면들은 대부분 조작된 것이다. 함 씨는 “모 주류회사와 만든 광고 CG(컴퓨터그래픽)”라며 “다른 사람들의 기대감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이날도 함 씨를 보려고 서울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있었다. 그녀의 손에 만들어지는 폭탄주에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는 손님들에게 그녀는 “여기는 고기집입니다”라며 “술이 과하면 실수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꼭 한 잔씩만 만들어 드린다”고 했다.
다음은 함씨가 주로 만드는 폭탄주 종류들
1. 황금주 - 우리가 익히 아는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다. 스마트폰 플래시를 컵 아래 비춰 금색으로 보이는 일명 '황금주'다.
2. 일출주 - 뒤집힌 맥주잔 위에 양주잔을 놓고 복분자 술을 따른다. 다른 맥주잔으로 술이 채워진 양주잔 위를 덮는다. 이중으로 겹쳐진 맥주잔을 뒤집는다. 복분자가 들어있는 잔에 맥주를 채운다. 어두운 곳에 스마트폰 플래시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해가 뜨는 모습이라 '일출주'다.
3. 레인보우주 - 몇 번 흔든 맥주병을 잔에 붓는다. 복분자와 칵테일에 넣는 시럽인 블루크라소를 반 잔 가량 톡 떨어트린다. 오색빛깔 무지개처럼 '레인보우주'로 나타난다.
함씨는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4탄을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