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진료하면서 획득한 환자 정보에 무엇이 담겨 있기에 돈으로 사고파는 걸까.

여기에는 환자 개인 주소, 연락처 등 신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뿐 아니라 어떤 질병으로 어떤 약물 처방을 받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거의 모든 환자 처방 정보 시스템이 전산화됐다. 종이 차트에 처방전을 쓰는 의료기관은 이제는 사라졌다. 진료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의료기관에 전산화된 데이터를 진료비 청구 자료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의료기관 전산 보안이 부실하면 막대한 양의 처방 정보 유출이 되레 쉬워졌다는 의미다.

의료기관 전산 시스템과 처방전 운용 프로그램은 민간 정보 관리 기업들이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법망을 피해 환자들의 진료와 처방 정보를 그대로 수집하고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는 구조다.

환자들에 대한 약물 처방 데이터는 주로 제약사와 증권사에서 수요가 있다. 상장 기업인 국내 제약사들의 실적과 연관돼 있어 주가와 연결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제약사가 집중적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하는 경우 처방 흐름과 규모는 제약사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증권사들로서는 제약사의 향후 가치를 측정하는 최적의 정보가 곧 처방 정보인 셈이다. 일부 민간 의료 보험사도 가입자가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질병으로 과거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불법으로라도 환자 정보를 알려는 유혹이 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