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여성 싱어송라이터 타루(33·김민영)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근원'과 '끈'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다.

최근 발매한 정규 4집 '더 송 오브 송스(The song of songs)'가 사랑의 본질을 해석하고자 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연애를 넘어 사랑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올해 초 소속사를 나와 홀로 앨범을 만들면서 성숙했고, 그래서 타루의 본질에 가까운 앨범이 나왔다. 목소리는 달콤하지만 단단한 음악을 들려주는 내공은 여전했는데 더 깊어졌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나 타루는 "더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겼다"며 눈을 반짝였다.

-환경의 변화가 많이 생긴 뒤 낸 앨범이에요. 한류문화인진흥재단의 프로젝트 후원으로 제작비를 모금해 만든 성과물인데요. 팬들과 앨범을 함께 만들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거 빼고는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맨 처음에는 막막했죠. 혼자서 만들려고 하니 특히 금액적인 부분이 부담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혼자 만들면 앨범이 표류될 가능성이 큰데 팬들이 함께 하시니 일정 부분 선을 잡아주셔서 헤매지 않고 만들 수 있었어요." -팬들과 어떻게 함께 만들어나갔나요.

"평소 SNS 등을 통해 팬들과 많이 소통하고자 해요. 그런 과정들이 앨범에 자연스럽게 묻어났죠."

-사랑에 대한 노래들로 채웠어요.

"제가 사랑을 잘 못해서요(웃음). 사랑의 근원을 알면 또는 본질을 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좀 더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세상에서 사랑이 점차 줄어드는 것에 대한 의문도 들었고요. 생각해보니 이 세상에 결국 사랑이 아닌 것이 없어요. 그러니 사랑이 부족해서 그 결핍으로 인해 사회에 각종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했죠. 그래서 세상이 갈구하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제목 '더 송 오브 송스'는 어떻게 지은 건가요?

"사랑에 대한 단상을 수집하다가 그 단상 자체들에 대해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정한 거에요."

-(인트로를 제외한 첫 번째 트랙 곡인) '러브, 잇츠 유(love, it's you)'는 본래 타루 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곡으로 리듬감 있고 밝아요.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앨범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로테스크함보다) 좀 더 밝은 팀 버튼 풍이라고 할까요(웃음)? 동심을 자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대로 실상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상한 밤'은 스케일이 좀 큰 곡이네요.

"지휘자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거대한 곡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돈이 부족해서요(웃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음악을 만들수 있을까 소통 방법을 찾고 있어요. 스트링 편선은 인간의 감정과 가장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어깨 너머로 클래식 음악을 배우고 있는데 40대가 넘으면 좀 더 깊게 들어가고 싶어요."

-'송 오브 송스'는 자연 친화적 사랑 노래를 표방하네요.

"가장 완숙한 사랑의 형태는 자연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성숙한 사랑의 형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광활한 대자연이거든요. 완숙한 사랑이든 거대한 자연이든 마음이 편안해지죠. 사랑을 느끼고 있다며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삶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은 거죠. 점점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좀비처럼 변해가는 것 같거든요."

-'희생양'은 프랑스의 사회인류학자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을 읽고 만든 곡이네요.

"사람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쏟아부을 희생양을 찾고,그게 결국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루는 책이에요. 사랑의 반대 편이 폭력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결국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폭력이 만연한가를 따지면 사랑이 부족해서라는 결론이 나오죠. 결국 불신사회가 되고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되는 거죠. 그렇게 신화가 깨지면 수많은 청년들이 붙잡을 수 있는 끈이 없어지거든요."

-이번 앨범은 그럼 그 끈을 찾고자 한 건가요?

"네. 그런 끈을 붙잡으려다가 끊어지면 실망하고 좌절하죠. 근데 노래로 진짜 사랑에 대한 의문을 던져줘서, 진짜 사랑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사랑의 근원을 추적하고 형태를 찾다보면 그 사랑이 더 넓어질 거라 여겼죠."

-'홍대 여신'이라는 질문은 수없이 받아서 지겨울 텐데요.

"여신이라는 수식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고 연구한 결과 여신이라는 이름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것는 오래 지속되지 않아요(웃음). 어떤 우상을 하나 설정해놓고 가수와 팬이 소비자와 공급자가 되는 거죠. '신'이는 말 자체가 어떤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은 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미래의 여유를 얻고자 바로 지금을 희생시키는 것이 현명한가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우선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생각하고 느끼고 있죠. 나중에 행복하고자 지금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