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사이버 공간에서 날마다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우리는 사이버 안보에 관한 기본 법률조차 없는 상태다. 현재 국내 사이버 안보 관련 법제는 대통령 훈령으로 만든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이 전부다. 그나마 사이버 위기 시 상황 전파 등에 관한 내용 위주여서 실질적 응전(應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에 사이버 안전 관련 규정이 산재해 있지만 이는 일상적인 정보 보호에 중점을 둔 것이어서 치명적이고 전문적인 북한 해커들의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이 계류 중이지만 야당이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의 이유로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17~18대 국회 때도 비슷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여야, 관련 기관 간 입장이 대립하면서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공안 당국은 사이버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통신 사업자에게 감청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과 연결된 국내 대공(對共) 용의자 수사를 위해 합법적 감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통합방위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법에는 군이 '영토, 영공, 영해를 수호한다'고 돼있지만 사이버 공간은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사이버안보보호법', 사이버 전쟁 시 민관 협력을 규정한 '사이버안보강화법' 등 5개 관련 법률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작년 11월 사이버 전쟁 시 정부·기업·개인 등 주체별 책무를 규정한 '사이버시큐리티기본법'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