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고약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어요.”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이 내린 요즘 중국 자동차 시장 평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30% 정도 급감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체를 보면 작년 동기 대비 8% 정도 줄었습니다. 판매 감소 폭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게 더 위협적입니다.
지난해에만 176만대를 팔아 그룹 전 세계 판매량의 22%를 맡은 중국 시장은 현대·기아차에게 ‘버팀목’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토종 업체의 급성장에다 일본·유럽·미국 경쟁사들의 가격 할인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소형 SUV 같은 신차종은 준비 부족으로 연내에 내놓을 여건이 못 됩니다. 여기에다 중국 승용차 시장은 지난달 3.2%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시장 파이가 쪼그라들고 가격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신무기(新武器)는 없는 3중고(重苦) 상황입니다.
이에 맞서 현대·기아차는 최근 “1700명인 중국 내 딜러를 내년까지 2000명으로 늘리고 중·서부 지역과 소도시 딜러를 집중 확보해 중국 판매망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이미 기공식을 한 중국 4, 5공장의 생산물량을 조정할 수 있다”는 대책까지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안으로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원기(元氣)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글로벌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확대 경쟁이 워낙 치열해 현대·기아차가 뒤늦은 추격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신차(新車) 경쟁력 강화’입니다. 이들은 “향후 3년 정도 안에 중국 시장에 다양한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 현대·기아차의 미래는 어둡다”고 경고합니다. 일본 메이커와 중국 토종 기업의 선전(善戰)도 중국에 특화한 저렴하고 질(質) 좋은 중소형 SUV 같은 신차를 내놓은 결과입니다. ‘좋은 차 없이는 절대 생존할 수 없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분발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