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거리

미국과 쿠바가 20일(현지시각) 54년 만에 양국 대사관을 다시 열고 외교관계를 완전히 정상화 하면서 쿠바의 경제상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쿠바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보화 후진국’인 만큼 미국 통신업체의 쿠바 진출이 늘면서 관련 투자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플로리다의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불과 90마일(약 144km) 떨어진 쿠바가 미국인들로 넘쳐나던 1950년대처럼 관광지로서 옛 영화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 브루킹스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최근 보고서에서 쿠바의 경제상황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흥미로운 내용들을 소개했다.

1. 월 평균 소득은 2만3000원

쿠바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5539달러(약 644만원)다. 하지만 대부분의 쿠바인들은 월 평균 20달러(약 2만3000원)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지난해 쿠바 의사들의 월급이 26달러에서 67달러로 인상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쿠바의 소득 수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구하기 어렵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국가안보 특별 보좌관을 지낸 리처드 파인버그(Richard Feinberg)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쿠바 근로자의 40% 정도가 광범위한 의미의 ‘중산층’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 수준이 워낙 낮은 탓에 소비시장은 상당히 침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 90%에 달하는 주택 보유비율

놀라울 정도로 높은 주택 보유비율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추구하는 ‘사회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의 결과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지만 주택 구입과 매매가 허용되는 것은 물론 상점을 운영하거나 자체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

3. 하루 10만배럴의 원유를 베네수엘라가 ‘원조’

쿠바는 하루 10만배럴의 원유를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조받는다. 쿠바 전체 소비량 중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원조 규모는 연간 32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유가가 하락하면서 전체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는 생필품 부족 등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상황 변화로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4. 가정용 인터넷 사용자 전체 인구의 5%에도 못 미쳐

백악관이 지난 2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쿠바의 인터넷 보급률은 5%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조르즈 듀아니 플로리다 국제대학 쿠바연구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노후화된 사회기간설비는 쿠바 경제가 안고 있는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인터넷과 전화를 비롯한 통신 관련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쿠바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다른 인터넷 업체들도 쿠바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5. 미국에 사는 쿠바인 3분의 2는 플로리다에 거주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인과 쿠바계 미국인은 200만명에 이른다. 쿠바 전체 인구가 1100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많은 숫자다. 이들이 고국에 해마다 보내는 돈은 20억달러가 넘는다. 이들의 3분의 2 이상은 쿠바에서 멀지 않은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