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연금 개혁·세율 인상 등 까다로운 조건이 포함된 구제금융안에 합의하자,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영어권 외신들은 이를 보도하며 구제안이 "가혹하다(draconian)"고 표현했다. 'draconian'은 그리스의 역사적 인물인 드라콘(Dracon)의 이름에서 파생된 영단어다. 드라콘이 누구이길래 이런 뜻을 갖게 됐을까?

드라콘은 기원전 7세기 그리스 아테네에서 활동했던 입법가다. 문자로 쓰인 법전(法典)을 아테네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까지 아테네는 입으로 전해진 구전(口傳)법과 그에 대해 귀족들이 그때그때 내리는 해석에 의해 통치됐다. 법 적용에 일관성이 없어 억울한 피해자가 많았다. 드라콘이 법전을 만들어 아테네인이라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하자 그런 문제가 줄었다.

그러나 드라콘 법은 지나치게 엄격했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채권자의 노예가 돼 일해야 했다. 채권자는 노예가 된 채무자를 직접 부리거나 남에게 팔아넘겨 몸값을 챙겼다. 양배추나 사과를 훔친 절도범에게 드라콘 법이 부과한 형벌은 사형(死刑)이었다. 드라콘은 '왜 대부분 범죄를 사형으로 다스리나'라는 주변의 질문에 "작은 범죄에 사형을 부과하다 보니 큰 범죄를 달리 처벌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기원전 594년 아테네 집정관으로 등장한 솔론(Solon)은 드라콘 법에서 살인에 대한 처벌 항목만 빼고 모두 폐지했다. 이후 드라콘의 이름은 가혹한 법률이나 규제를 묘사할 때 자주 언급됐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아예 '가혹하다'는 뜻의 일반 형용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