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학생들의 인성 교육 진흥이 필요하다며 국회와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자 인성 전문 사교육 학원과 관련 자격증이 늘어나는 등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스피치 학원은 수강료 58만원짜리 '대입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강의를 운영한다. 주 1회 8주 과정으로 구성된 강의의 핵심은 '인성 면접 대비 요령'이다. 대학별 인성 면접 기출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훈련시킨다. 최근 이 학원 상담을 받은 재수생 학부모 이모(49)씨는 "딸이 의대 가려고 재수하고 있는데, 대입에서 인성 면접이 중요해진다고 해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원뿐 아니라 상당수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학원이나 '스피치 전문' 학원들이 최근 '인성 면접'을 교육 커리큘럼에 끼워넣었다. 18시간에 25만원짜리 인성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종로의 한 스피치 학원은 고교생뿐 아니라 초·중학생 학부모에게도 "자녀가 학급회장이 되기를 바란다면 인성 스피치 리더십 과정을 들으라"고 홍보한다.
'인성 교육 지도사' 같은 인성 관련 자격증도 우후죽순 생겼다. 2008년 2개에 불과했던 인성 관련 민간 자격증은 2014년 151개로 늘더니 2015년엔 1년 만에 253개로 불어났다. 학생들의 인성 교육 실천 내용을 급수로 매겨 자격증을 발급해 주기도 한다.
이렇게 학원들이 '인성 교육'을 강조하고 나선 까닭은 올 초 국회가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한 데다 정부가 대학 입시에서 인성 평가를 강화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아동 학대 어린이집 교사가 큰 논란이 되면서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강조되자 국회는 지난 1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했다. 인성 교육을 위한 단독 법이 만들어진 것은 세계 최초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올 초 대통령 업무 보고 때 "대학 입시에서 인성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입에서 인성 평가를 잘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고, 특히 교대·사대와 유아교육학과 입시에서 인성 요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성 평가 강화 방안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거셌다. 개인의 인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4일 "대학이 학생부 종합전형 면접에서 인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자율이지만, 대입에서 계량화된 평가나 시험을 통해 인성을 평가하는 방식은 명확히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또 "인성 관련 자격증이나 외부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나 대입 자기소개서에 절대로 기입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인성 관련 사교육을 받는 것은 대학 진학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와 가정교육의 기본인 인성 교육을 별도 법까지 만들어 강제하는 점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당장 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 교육부는 인성 교육의 목표와 성취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학교는 이에 따라 인성 교육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