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8일 그리스와 인접한 발칸반도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지난 7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날카롭게 대립한 직후였다. 세르비아에 도착한 메르켈은 알렉산다르 부취치(45) 세르비아 총리를 치켜세웠다. 메르켈은 "세르비아는 빚을 줄여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성실하게 긴축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지금 그리스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그리스를 간접 비판했다.

옛 유고연방 일원이었던 세르비아는 2000년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실각 이후 경제 민주화를 이룩하며 연 5%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2009년 경제성장률은 -3.5%로 추락했다. 정부 수입은 줄었지만 연금 등 공공 지출은 줄일 수 없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2009년 32.8%에서 2014년 70.9%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사회당 연립정부가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밀었지만, 경제개혁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정치적 후견인 격인 러시아로부터 5억유로를 빌려 간신히 연명했다.

중도 우파인 세르비아진보당(SNS) 소속 부취치는 지난해 4월 집권 후 대대적 개혁에 나섰다. 그는 "경제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6개월 안에 국가 부도 사태가 벌어진다. 예전처럼 살면 그리스와 같은 운명에 처한다"고 호소했다. 노조 반대에도 연금과 공공 부문 10% 삭감 등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한 긴축정책을 도입했다. 제철소·항공사·통신사 등 500여개 핵심 공기업의 민영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매년 GDP의 3%가 투입되던 공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줄여보겠다는 것이었다. 국영 철도 기업에는 민간인 출신 경영자를 영입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동시에 탈세를 막아 세수(稅收)를 늘리려고, 세무 제도를 뜯어고치고 있다.

세르비아는 이런 개혁 프로그램을 내세워 지난 2월 12억유로의 IMF 차관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메르켈은 "세르비아가 지금처럼 경제 개혁을 지속하면 유럽연합(EU) 가입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