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뱃길의 중심지였던 충주
강은 옛날부터 사람과 물건을 나르던 주요 뱃길이었다. 뱃사공들은 배로 사람과 화물을 실어 주고 운임을 받았다.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급류를 만날 때는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또, 물이 적을 때에는 노를 젓는데 더 많은 힘이 들고 배달 시점에 늦기도 했다. 이런 위험 속에서 뱃사공들의 생명을 지켜주고, 화물을 잘 배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염원으로 강가 암벽에 조성했을 마애불들이 여러 개 있다.
남한강에서는 중간의 충주 창동에서, 또 강물이 하류로 더 흘러 내려간 경기도 여주 계신리에서 마애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금강이 흘러 내리는 전북 익산의 화산리에서는 마애3존불을, 낙동강 중간의 경북 의성군에서는 마애보살을 볼 수 있다. 특히, 의성군의 마애보살상은 4대강 공사로 낙동강의 낙단보 공사를 하던 중 2011년 발견되면서 최근에 알려졌다.
충주는 이전에 남한강 상류와 하류 지역의 생산물을 실어 나르던 뱃길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육로의 발전으로 쇠락해 버렸지만 충주의 창동 마애불 가는 길에는 목계나루, 가흥창 등 과거 번성했던 남한강 뱃길의 역사가 남아 있다.
마애불 북쪽에 충주의 가흥리와 제천을 연결하는 목계교가 있다. 목계교 옆에 지금은 터로만 있지만 이전에 목계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이 나루는 많은 뱃사공들과 상인들로 번성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애불이 있는 창동(倉洞)이라는 지명은 고려 말부터 이곳에 조세 창고(倉 창고 창)가 있어서 생겼다. 경상도와 충청도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물을 수도로 운송하는 중간지인 이곳에 가흥창이라는 조세 창고가 있었다.
암벽에서 뱃사공의 생명과 화물을 지켜주던 마애불
마애불 바로 앞으로는 남한강 물이 출렁이고 있는데 폭이 몇 백m나 될 정도로 넓은 강 중간에는 나룻배도 두 세 척 떠 있었다. 마애불은 암벽의 툭 튀어나온 면에 새겨져 있는데 바위 면은 깨져 마애불은 부분적으로 파손이 있다.
얼굴은 돋을새김으로 새겨졌는데 반달 눈썹과 살구 모양의 눈, 뭉툭한 코, 입에서는 고려 시대의 토속적인 웃음이 진하게 흘러 나온다. 고달픈 뱃사람들의 무사 기원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얼굴이다. 그래서 물길을 따라 오가던 사람들은 배나 뗏목 위에서 이 마애불을 보고 그들의 무사를 기원했을 것이다. 정오가 되자 마애불은 내일을 약속하고 바위 그늘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
마애불 주변에는 남한강을 끼고 있는 탄금대라는 절경이 있다. 이곳에서 신라시대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고 한다. 임진왜란때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휩쓸고 서울로 올라가던 왜군들을 막기 위해 신 립 장군(1546~1592)이 이곳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싸우다가 죽었다.
역사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전설은 창동 마애불에까지 이어진다. 탄금대 싸움에서 패한 신 립 장군이 이곳 마애불에 와서 죽었는데 그때 흘린 피눈물로 마애불이 새겨진 암벽이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바위 면은 붉은 색을 띠고 있으나 철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뱃사공이 가져다 주었던 과거의 번성을 그리워하고
뱃길 안전을 담보해 주는 수호천사였던 마애불은 오랫동안 집을 떠나 외로웠던 뱃사람들에게 좋은 길동무가 됐을 것이고 또,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희망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화물이나 사람을 운반해 주는 운송 수단이 트럭, 버스, 기차, 비행기로 바뀌면서 뱃길은 쇠락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나루도 사라지고 그 나루터는 이제 이름만 남았다.
아직도 말없이 뱃길을 지키고 있는 이곳 강가의 마애불은 강을 오르내리면서 자신에게 기원하던 많은 뱃사공들이 가져다 준, 과거의 번성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재지: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창동리 240
▶답사 난이도: 쉬움(★☆☆☆☆)
▶선명한 마애불을 볼 수 있는 햇빛좋은 시간대: 오전 10시 30분~11시 30분
▶주변 볼거리
-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보물 제1401호): 이곳 남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고구려와 신라가 싸우던 삼국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모두 9개의 불상, 보살상, 공양상이 새겨져 있다.
- 충주 조동리 마애불: 화성침공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특이하게 생긴 부처상이다.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 정토사터 법경대사 탑비(보물 제19호): 지금은 충주호 건설로 수몰된 정토사에 머물렀던 법경대사(879~941) 행적을 기록한 비이다. 가는 길에 충주호 드라이브 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 충주 고구려비(국보 제205호): 남한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구려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고구려 전시관 안에 있다.
- 탑평리 7층 석탑(국보 제6호): 통일신라의 중앙지점에 세워져 중앙탑이라고도 불린다.
- 충주박물관: 충주의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변천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탑평리 7층 석탑과 함께 있다.
▶주변 볼거리와 연계하면 좋을 마애불 여행 1일 추천 프로그램
-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오전 10시-10시 30분)→충주 창동 마애불(오전
11시-11시 30분)→충주 조동리 마애불(오후 12시 30분-1시)→정토사터
법경대사 탑비(오후 중)→탄금대(오후중)→충주 박물관, 탑평리 7층 석탑, 고구려비 전시관(오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