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이 3일 청와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 전체 회의에 출석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회의에선 최근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와 관련한 당·청(黨·靑) 갈등이 초점이 됐다. 유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이 실장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치적 생각이나 국민에 대한 말씀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실장에게 "대통령 독대도 못 하는 것 아니냐" "(비서실 3인방에게 밀려) 왕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실장은 "언제든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주변을 장악한 이른바 '문고리 비서관 3인방' 얘기가 또 나온 것에 대해선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3인방 얘기는 작년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 유출 때 이후 잠잠하다 다시 나왔다.

공무원연금 개편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대통령·여당 충돌은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비서진이 일을 치밀하고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 5월 초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을 공무원연금 개편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도 사전에 알았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서로 얼굴을 붉혀가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 와중에 조윤선 정무수석까지 물러났다.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됐다. 연금개편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은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여당에 명확히 전달됐는지를 놓고 이 실장은 "됐다"고 하고 유 대표는 "아니다"고 맞섰다. 대통령의 뜻이 여당에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거나 국회와 여당 상황을 대통령이 제때에 정확히 알지 못하는 듯한 상황이 한 달 새 연거푸 벌어진 것이다. 당·청 간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과 비서실장 간에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날 야당이 이 실장에게 '대통령 독대는 하느냐' '왕따 아니냐'고 물은 것은 최근 국회와 관가 등에 퍼져 있는 얘기를 옮긴 것이다.

이 실장이 넉 달여 전 국정원장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이 정권의 소통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적임자라고 평가받았다. 그런 기대는 퇴색한 느낌이다. 이 실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당·청 관계 회복과 국정 안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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