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국어원이 '너무'의 긍정적 사용을 허용한다고 공고했다. 그간 '너무 예쁘다' '너무 멋지다' '너무 좋다' 등은 잘못된 표현이었으나 이제는 바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놀랍고 실망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문화이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언어의 가변성은 존중해야 하지만 그 전에 우리말을 바르게 쓰게 하려는 노력과 계도를 얼마나 기울였는지 국립국어원에 묻고 싶다. '너무'가 광범위하게 잘못 쓰이고 있을 때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성의있는 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도 궁금하다. 별도의 계도나 공론 과정이 없던 상태에서 느닷없이 표준 사용으로 인정하다니 황당하다. 이번 결정이 섣부르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잘못된 표현이라도 다수가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표준어로 인정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다수가 쓰면 표준어로 인정되니 굳이 사전 찾아가며 바르게 쓸 필요 없겠군" 하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너무'에서 파생한 '너무하다'라는 단어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를 긍정적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면 '너무하다'의 의미 역시 긍정의 의미가 되는 것일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너무하다'를 '비위에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을 도에 지나치게 하다'(동사),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넘어 지나치다'(형용사)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단어를 긍정의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 아닌가. "내게 한 행동들이 참으로 너무하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이 문장을 국립국어원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잘못 쓰이고 있는 낱말들은 많다. '이쁘다'('예쁘다'의 잘못), 담배 '피다'('피우다'의 잘못), '마냥'(요즘 '양' 대신 잘못 쓰이고 있음) 등이 그것인데 이런 낱말들도 장차 표준어로 인정받을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결정은 옳지 않다. 나아가 우리말 동사의 기본형이 '~하다'가 아니라 '~시키다'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소개하다, 해고하다, 입금하다'가 아닌 '소개시키다, 해고시키다, 입금시키다'로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이 낱말들도 표준어로 인정할 용의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
입력 2015.06.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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