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에는 어찌할 수 없이 가슴을 치는 무언가가 있다. 이것은 실화다. 2002년 6월29일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벌어진 국군과 북한군의 교전을 영화화했다. 이 일로 대한민국 해군 6명이 전사했고 19명이 부상했다.(제2연평해전)

이 사건이 더 비극적인 건 교전이 발생한 시기 때문이다. 2002년 6월은 한반도가 월드컵 열기로 뒤덮였던 때다. 29일은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교전 결과는 월드컵 열기를 전하는 뉴스 화면의 자막으로 간단히 '처리'됐다. 대통령은 전사자를 보내는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들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 그들을 잘 보내주지 못한 미안함 같은 마음이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동의 진원일 게다.

'연평해전'은 의미가 분명한 영화다. 군 최고통수권자도, 국민도 사실상 이 일을 외면하다시피 했다. 영화는 나라를 지키다 숨진 이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게 한다.

정장 윤영하 대위(김무열)를 중심으로 참수리 357호는 서해를 지킨다. 조타장 '한상국'(진구), 의무병 '박동혁'(이현우) 등 참수리호 선원들은 고조되는 월드컵 열기 속에서도 고된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월드컵 3·4위 전이 열리던 날도 이들은 바다로 나선다. 북방한계선 부근을 넘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북한 경비정을 경계하던 참수리 357호는 북한군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는다. 영화는 목적에 맞게 진행된다. 전반부에는 참수리호에 탔던 군인들의 개인사를 보여주고, 후반부에는 이들의 전투를 그린다. 그들은 착한 아들이고, 좋은 친구이며, 자상한 남편이고, 형같은 선임병이며, 나라를 걱정하는 군인이다. 당시 배에 탔던 군인들은 선제 타격을 받고도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 그들은 격렬한 전투 와중에도 서로를 챙기는 전우애를 보여준다. 김학순 감독은 '연평해전'을 희생자의 위엄을 세우는 방식으로 풀어간다.

이것이 김학순 감독이 제2연평해전 희생자를 떠나보내는 방식이다. 김 감독은 전사자를 이렇게라도 보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영화를 통해 말하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김학순 감독의 제안은 중요한 일이고 큰 의미를 가진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의미를 살짝 지우고 영화적인 의미로 '연평해전'을 따져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은 선택의 문제로 보인다. 김학순 감독이 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하기 위해 이 사건에서 선택한 것은 참수리호에 탔던 몇몇 인물과 이들의 전투다. 단순화해 이야기하면, 군인이 있었고 교전이 벌어져 이들 중 일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요컨대 '연평해전'은 사건만 영화로 옮기는 데 그쳤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연출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그 판단이 더 깊고 복합적인 이야기, 더 울림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을 단순화해 단선적으로 만들고 말았다.

제2연평해전을 기억하자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의 환희에 쌓여 그 축제를 가능하게 해준 이들의 희생을 잊었다는 것, 축제가 끝난 후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그들의 희생을 알지 못했다는 것, 심지어 대통령이 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하기 위해 이들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영화는 간단한 스케치로 마무리 지어 버린다. 김학순 감독의 이 선택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 다양한 소재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첫 번째로 아쉽고, 과연 그 선택이 희생자들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방식이었을까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는 점에서 두 번째로 아쉽다.

물론 이 같은 지적은 영화에 없는 것을 가지고 왜 없느냐고 묻는다는 점에서 온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화를 극화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실화 중 어떤 부분을 취하고 버릴 것인가라는 걸 떠올린다면, 무의미한 지적은 아니다.

'연평해전'에 없는 부분에 대한 지적은 결국 이 영화에 있는 것에 대한 지적으로 옮겨간다. 이 지적은 일종의 우려이기도 한데, 영화에 담긴 것만으로는 연평해전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관객에게 사건 정보를 알려주는 것 외에 특별한 감동을 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연평해전'은 만들어진 과정이나 그 의의를 볼 때, 그저그런 전쟁 관련 영화로 남아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김무열, 진구, 이현우는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이다. 세 사람은 어울리는 역할을 맡아 성실하게 연기했다.

앞서 '변호인' '국제시장' 같은 영화들이 그 의미와는 별개로 정치적으로 해석되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연평해전'도 개봉 전부터 이념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연평해전'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이념과는 관련이 없다. 수준 낮은 편가르기는 먼저 떠난 이들의 희생을 더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