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다고 말할 수 있어 '너무' 좋네요."
그동안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어울려 쓸 수 있었던 '너무'라는 부사를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쓸 수 있게 됐다. 국립국어원은 22일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공고하면서 "'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너무'는 '위험하다', '어렵다' 같은 부정적인 서술어와만 어울릴 수 있었지만, 국립국어원의 이번 수정 조치로 "너무 좋다", "너무 반갑다, "너무 예쁘다" 같은 표현도 어울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너무'의 뜻을 바꾸게 된 건 "사람들이 '너무'를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폭넓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표준어라는 것이 규범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국어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변화된 언어 현실에 맞게 표준어를 조금씩 개선하는 게 국어원의 일관된 기조"라고 설명했다. 다수 언중(言衆)이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얘기다.
국립국어원 측은 '빌려주다'라는 단어를 '너무'와 비슷한 경우로 꼽았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써온 '빌려주다'라는 단어도 지난해에야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됐다. 그전까지 국립국어원은 '남의 물건이나 돈을 나중에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는 뜻의 '빌리다'와 '주다'라는 단어가 논리적으로 상충한다고 판단해 '빌려주다'는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빌려주다'는 단어를 널리 쓰는 현실을 반영해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너무' 때문에 특히 골치를 앓던 예능 PD들은 국립국어원의 이번 수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예능 PD들은 방송 출연자 등이 '너무 좋다'고 해도 자막에선 '정말 좋다'로 바꿔 표기해왔다. 모 종편 방송사에서 예능 프로를 연출하는 김모(27) PD는 "출연자들은 '너무 좋다'고 자주 말하는데, 자막은 '정말 좋다'로 내보내면 '보기 거슬린다'는 시청자의 불만이 쏟아졌고 '너무 좋다'는 자막을 무심결에 넣었다가 심의에 걸리는 일도 잦았다"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졌으니 다들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