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먹는다 싶더니, 결국 배탈이 났다. 제작비의 절반 가까운 20억원가량의 PPL(간접광고)을 유치해 화제가 된 KBS 드라마 '프로듀사'가 그 PPL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극 중에 나온 소설 '데미안'(크눌프)이 다른 출판사의 번역을 표절했단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나온 '데미안'을 번역한 역자 등은 지난 17일 크눌프 출판사와 해당 도서의 번역자를 고소했다.
문제의 책은 극 중 주인공인 백승찬(김수현)과 신디(아이유)의 러브라인을 잇는 결정적 매개체로 비중있게 등장하며 4회에 걸쳐 1~2분씩 노출됐고 주요 구절도 소개됐다. 이 덕분에 크눌프판 '데미안'은 YES24 주간 베스트셀러 6위, 교보문고에선 7위까지 올랐다. 표절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프로듀사'는 결국 표절 작품을 홍보해준 셈이 된다. 이 드라마엔 한국에 출시되지도 않는 중국 맥주도 PPL로 들어가 "한국에서 나오지도 않는 제품을 주인공들이 마시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 드라마 제작진이 충분한 검증 없이 이런 제품들을 PPL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프로듀사' 제작진은 "대행사가 가져온 책을 그대로 PPL로 쓴 것일 뿐 제작진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드라마의 광고협찬 대행사인 얼라이브미디어 관계자는 "시중에 '데미안' 번역본이 20여종 가까이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진 책이라서 번역 표절 같은 의혹이 생길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부분의 방송 제작진은 쏟아지는 PPL 제안을 직접 검토하기보단 광고대행업체에 맡기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제작 의도와 상관없이 무리한 PPL이 삽입되는 것은 물론 '프로듀사'의 경우처럼 엉뚱한 제품을 홍보하거나 엉터리 정보를 전해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모든 걸 철저하게 검증하긴 어렵다고 해도 대행사에 맡기지만 말고 제작진도 검증 과정에 참여해야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