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회의실에서 만난 주디스 섀미안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은 "한국의 간호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의 간호사들 또한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주변 사람을 만나면 손을 깨끗이 씻고, 휴지가 없으면 옷소매를 향해 기침을 하고, 발열 증상이 나면 즉각 병원을 찾아가라고 말합니다. 한국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지침을 외우다시피 하고 있지요. 한국 메르스 사태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이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에 회원들과 함께 주저 없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메르스 사태는 결국 종식될 겁니다."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주디스 섀미안(Judith Shamian) 국제간호사협의회(ICN) 회장은 한국의 메르스 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지구상에는 70억명의 사람들이 있고, 사람은 태아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간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며 "전 세계 1600만명의 간호사들은 이처럼 전 세계인의 건강을 보살피고 있어 한마디로 '글로벌 시민'"이라고 말했다. 섀미안 회장은 "내가 캐나다에 사는 간호사이지만 한국과 아프리카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처럼 글로벌 시민인 간호사들이 공동체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토의하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ICN의 회장에 당선된 지 올해로 3년째다. 전 세계 간호사를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간호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적 직업이다. 오늘날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는 일은 잘하고 있지만, 정부나 국제기구의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나는 보건 문제가 논의되는 모든 자리에 간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간호 전문가가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0억 인구를 위한 세계 보건 문제를 해결할 정책 결정 과정에 간호사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부족한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간호사들의 참여가 충분치 않은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세계 보건과 관련된 기구나 각국의 보건 관련 부처의 고위 간부 자리에 누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라. 간호사가 있는가? 명백히 '노(No)'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1990년대 김모임 전(前) 보건복지부 장관을 배출하는 등 간호사 출신이 보건 수장을 맡은 역사가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은 ICN의 전직 회장이기도 하다. 나는 ICN 회장에 취임할 당시 수락 연설에서 '모든 나라가 번영하길 바란다. 건강한 시민 없이는 그 어떤 국가도 번영할 수 없다. 그리고 간호사가 없는 곳에 건강한 시민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보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를 보여주는 간단한 논리다.

―한국의 의료 서비스와 간호 서비스의 수준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의 간호 역량은 최고 선진국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내 모국인 캐나다와 비교해봐도 한국이 캐나다보다 뛰어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한국의 병원들을 가봤는데 의료 서비스가 감명 깊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한국의 간호 교육 시스템이었다. 훌륭한 학교, 많은 교수, 매우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의 간호인은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중·저소득 국가를 돕는 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국민과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한국 국민은 역량 있는 간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간호 전문가를 보건정책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과 '간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한국 정부가 대한간호협회와 잘 협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