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캡처=KBS 중계화면

18일(한국시각) 캐나다여자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한국-스페인전 후반 인저리타임, 2-1 한골차로 앞선 상황, 스페인 소니아 베르무데스가 골문 앞에 섰다. 마지막 프리킥을 준비했다. 태극낭자들이 눈을 부릅뜬 채 한치 빈틈 없는 수비벽을 쌓았다. 심장이 쿵쾅대는 순간, 중계카메라는 한국 벤치를 향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라운드를 향해 두손을 맞잡고 간절한 기도를 보내는 한 여성을 클로즈업했다. 여자월드컵 사상 첫승, 첫 16강을 향한 마음은 그렇게 간절했다. 절실한 기도가 통했을까. 베르무데스의 발을 떠난 공이 속절없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한국의 16강을 확정짓는 휘슬이 울렸다. 벤치의 선수, 스태프들이 뜨거운 환호성과 함께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중계 카메라가 클로즈업한 그녀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송 숙 재활 트레이너다. 전민아, 김은혜 의무팀 트레이너들과 함께 23명 선수들의 컨디션을 책임진다. 선수 출신 송 트레이너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산 역사다. 2002년 9월 여자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14년째 태극낭자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치료, 재활 훈련은 물론, 체력 훈련도 함께 나선다.

사진출처=송숙 트레이너 SNS

송 트레이너의 첫 국제무대 데뷔는 2003년 미국여자월드컵이다. 골키퍼 김정미, 공격수 박은선과 함께 12년전 대한민국 사상 첫 월드컵 무대를 함께 밟았다. 김혜리, 지소연, 임선주 강유미 등이 나선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3위, 여민지, 신담영, 이금민, 이소담 등이 나선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등 역사의 현장에도 함께했다. 여자선수들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활짝 웃는 얼굴의 그녀가 있다. 아픈 몸, 다친 마음을 알뜰하게 어루만졌다. 10대 축구소녀들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이다. 지난 5월 파주에서 부상을 딛고 갓 소집된 심서연 임선주는 '송숙쌤'과 함께 개인훈련을 했다. 초를 재주고, 함께 뛰어주고, 파이팅을 외쳐주는 그녀는 '트레이너'이자, '언니'이자, '에너지'였다.

사진출처=송숙 트레이너 SNS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 인터뷰를 하다보면 그녀의 이름은 수시로 툭툭 튀어나온다. 박은선은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발목 부상 정도를 묻는 질문에 "송숙 트레이너쌤이 잘 봐주시고, 감독님이 늘 챙겨주셔서,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스페인전 '슈터링 결승골'의 주인공 김수연은 믹스트존에서 "부상으로 1년 넘게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미국에서 마지막 연습경기중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힘들었다. 닥터,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잘 치료해주셔서 잘 뛸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사진출처=송숙 트레이너 SNS

송 트레이너의 취미이자 특기는 캘리그래피다. 전국규모 미술대전에서 수상할 만큼 탁월한 손재주를 지녔다. '약손'으로 쓱쓱 써내린 예쁜 글씨, 좋은 글귀를 치료실에 붙여둔다. 미국 뉴저지 전지훈련 캠프에서 그녀의 격문은 '하쿠나 마타타(걱정할 것 없어, 다 잘될 거야)'였다. 스페인전을 앞두고 그녀가 준비한 캘리그래피 문구는 이랬다. '겁내지 마라.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기죽지 마라.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걱정하지 마라 아무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조급해하지 마라. 멈추기엔 너무 이르다.'

12년만의 여자월드컵 첫승, 첫 16강 미라클 뒤에는 이들의 간절한 손길이 있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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