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4인조 그룹 스윗소로우는 아카펠라로 시작한 보컬그룹이지만 최근 MBC 〈나는 가수다 3〉에서 팝·재즈·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매주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스윗소로우의 음악은 달콤한 멜로디, 설렘 가득한 노랫말,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한 화음으로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2005년 데뷔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TV 예능 프로그램과 라디오를 넘나들며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의 그들은 이미지 그대로였다. 이른 오전에 만났음에도 에너지가 넘쳤고 멤버들끼리 얘기하며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연세대학교 합창단 선후배로 만나 19년 동안 함께 노래하고 있다. 합창단 내에서도 아카펠라 그룹으로 다양한 노래를 편곡해 부르며 마음이 맞았던 인호진・송우진・김영우・성진환이다.
스윗소로우에겐 특목고 출신의 명문대생 ‘엄친아’ 가수라는 수식어가 늘 따르지만 음악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신촌거리 문화제, 지하철역 입구 등에서 앰프 하나만 놓은 채 거리 공연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기존에 있는 노래를 편곡해 불렀어요.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호응을 얻으며 점점 우리 노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됐죠. 당시 가지고 있던 마스터 건반 하나로 노래를 만들어 공연했어요.”(인호진)
공대 출신인 이들은 작사・작곡을 배운 적은 없지만 각자 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아 KBS방송국, 교내 중창단 등에서 활동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맛을 알고 있던 사람들 네 명이 모인 거예요(웃음). 워낙 음악에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작사・작곡을 하게 됐어요.”(송우진)
이들은 노래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며 반응을 체크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직접 부딪치고 현장에서 피드백을 받으니 사람들이 원하는 걸 빨리 체감할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그 경험들이 스윗소로우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김영우)
여러 거리공연 무대에 오르자 공연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4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대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데뷔했다.
당시 김동률・이적・신해철 등 대학가요제 수상 후 이른 출발을 알렸던 선배 가수들과는 달리 이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5~6년이라는 시간을 거리와 작은 공연장에서 보냈다. 후회는 없었을까.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스펙 쌓고 있는 시간에 저희는 음악에 몰두했죠. ‘한번 해보고 아니면 돌아가자’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평생 프로젝트’라 생각하며 달렸으니까요. 우리의 삶을 노래하는 게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했거든요. 활동 과정을 기록하고, 남기고, 노래하고, 공연하는 데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불안한 건 없었어요.”(성진환)
“최근 아버지가 ‘너희는 언제까지 (활동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평생 하겠다’고 했어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꾸준히 해나갈 겁니다.”(김영우)
‘사랑해’ ‘간지럽게’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등 스윗소로우는 달콤한 사랑 노래를 잘한다는 평에 고민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늘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지만 달콤한 부분만 주목받는 점에 아쉬움이 컸던 이들은 우리만의 색을 보여주고 싶어 〈나가수3〉 출연을 결정했다. 시작은 씁쓸했다. “아카펠라 보컬 그룹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과 “왜 나왔냐”는 평이 이어졌다. 스윗소로우는 초점을 바꿨다. 그들의 장점인 곡의 정서와 화음이 어우러진 무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화음 조절, 코러스 라인, 파트 배분 등 곡마다 손이 많이 갔지만 매주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자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호평 기사가 쏟아졌다.
‘천사가 되겠어’ ‘멋진 날’ 등 듣는 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귓가에 맴도는 듯한 스윗소로우의 음악들. 그들은 듣기 편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가사 한 음절도 놓치지 않고, 화음에 대한 연구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도레미파’의 음을 맞춰보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일 때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맞춰봐야 합니다. 시작부터 소속사 등 의지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연습밖에 없었어요. 서로 화음을 맞춰 뚜뚜~를 할지, 오~를 할지 코러스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연습한 후 무대에 올라갑니다.”(인호진)
“한 곡을 부를 때 품이 더 들고 시간이 드는 건 팀이 가진 숙명일지도 몰라요. 그만큼 많이 불러보고 연습하는 게 스윗소로우 10년 하모니의 비결이 아닐까요.”(김영우)
이들이 10년간 버텨온 힘은 공연이라고 한다. “공연을 통해 팬들과 쌓아온 음악이 스윗소로우의 정체성”이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 역시 그들의 화음을 가장 가까이서 들려줄 수 있었던 소극장 공연을 꼽았다.
“공연 규모가 커지면서 마이크, 스피커 등 대규모 시스템에 맞춰져 화음을 전달하는 데 무리가 있었어요. 화음의 결 그대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갈증이 생겼죠. 그래서 지난해 소극장 공연을 기획했어요. 팬들과 진솔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성진환)
스윗소로우 멤버들은 19년이란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
“멤버들 각자가 늘 공부하고 조금씩 성장해온 덕분인 것 같아요. 무임승차하는 멤버 한 명 없이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성진환)
“인간성에 대한 존경심도 빼놓을 수 없어요. 다혈질적인 부분도 있고, 솔로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텐데 늘 스윗소로우를 먼저 생각했어요. 의견 대립으로 멤버를 잃는 것보다 내 주장을 내려놓더라도 멤버를 잃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요.”(김영우)
이들은 음원사이트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한다. 만드는 과정이 만족스러웠다면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만족한다고 했다.
“우리 이야기를 하며 위안을 삼았던 노래 ‘선샤인’이란 곡은 순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고된 순간을 잊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남기는 것이 노래의 힘이죠.”(인호진)
“최선을 다해 만든 노래가 설사 인기를 얻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아요. 스윗소로우의 색깔을 버리면서까지 히트할 노래를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멤버들이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송우진)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19년 동안 다져온 음악과 우정이 빚어낸 인간적인 화음의 깊이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