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플래닛은 현지인과 함께 ‘로컬여행’을 즐길 수 있는 소셜 여행 플랫폼이다. 여행자는 현지인을 가이드로 그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고, 레저, 휴양을 즐기는 것은 물론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숨겨진 명소에 갈 수 있다.

서선미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남극 관련 책을 보았다. 그리고 막연히 ‘남극에서 북극까지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여행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일단 언어가 필수겠다 싶어 영문과에 진학했어요. 그리고 첫 여행을 시작했어요.”

대학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필리핀에 간 그는 동남아 구석구석에 있는 섬을 여행했다.

“아름다운 자연경치에 반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던 것 같아요. 정말 한 끼만 먹으며 여행했어요. 덕분에 경비도 아꼈고요(웃음).”

동남아 여행을 계기로 그는 방학 때마다 배낭을 메고 유럽, 아시아 등 20여 개국을 여행했다. 공정여행을 이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도 여행을 통해서다.

“동남아의 경우 대표적 관광지임에도 현지 주민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필리핀의 보홀섬에 갔을 때 현지 가이드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그는 현지 주민과 여행자를 직접 연결해 관광수익이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자연스레 공정여행 플랫폼을 떠올렸다. 현지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식의 플랫폼을 구현시켜야 할지 고민하며 3개월 동안 타이・필리핀・인도네시아・네팔을 돌아다녔다.

“획일화된 여행에서 탈피하고 싶었어요. 여행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막상 현지에 가면 상황이 달라져 즐기기 어려울 때도 있고, 블로거 발자취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요. 현지인이 가이드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죠. 마치 여행하는 동안 친구의 고향에 놀러 간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는 2009년 여행자와 현지인을 연결하는 오픈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지인이 그 지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기존의 패키지 상품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현지인과 여행자를 잇는다

“흔히 공정여행이라고 하면 땀을 흘리고 희생해야 하는 여행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로컬여행을 계획한 현지인이 여행자를 고급호텔에 데려가고, 면세점에 데려가진 않을 거예요. 단골집을 소개하고, 망고는 어떻게 골라야 맛있는지 알려주는 등 자연스레 지역문화를 소개하며 지역소비로 이어지는 것이죠.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며 추억을 쌓고, 교감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플레이플래닛이 추구하는 공정여행의 가치입니다.”

현재 1만여 명이 이용 중인 플레이플래닛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이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여행자가 될 수도 있고, 호스트로 지원할 수도 있다. 호스트는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로컬여행의 아이디어를 등록한다. 플레이플래닛에서는 등록된 여행 아이디어와 호스트의 신분사항을 철저히 검토한 후 진행시킨다. 여행이 진행될 경우 호스트는 본인이 책정한 가격의 20%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수익으로 얻는다.

플레이플래닛의 특징 중 하나는 여행자와 호스트 상호간 리뷰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만 리뷰를 달 수 있었던 기존 시스템을 탈피한 것은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게만 의무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상호 리뷰 시스템은 거래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너 있는 여행자였는지, 안전한 호스트였는지 다른 사용자들이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으니까요. 상호 후기를 쓰기 때문에 마치 여권에 여행의 흔적을 남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플레이플래닛은 현지인과 여행자를 잇는 역할 뿐 아니라 여행하는 지역에 이익이 돌아가는 공정여행을 지향한다. 창업 초 서선미 대표는 네팔・인도네시아・태국 등 현지를 방문해 공정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며 각 나라 NGO 단체 및 지역 커뮤니티 관계자들과 만났다. 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하며 두터운 연대를 맺었다.

“2011년 극심한 홍수로 한 달 이상 침수됐던 태국의 라드마욤(Ladmayom) 지역은 커리 요리와 허브 생산지로 유명했어요. 태국 NGO 단체와 협력해 여행자에게 그 지역의 특산물인 커리 요리와 허브를 이용한 요리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지역문화를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여행자들은 현지인을 통해 그들의 삶을 경험해볼 수 있고, 현지인은 여행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지역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필리핀의 파밀라칸 섬은 몇 년 전까지 돌고래를 사냥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돌고래 사냥을 법적으로 금지시키면서 파말라칸 섬의 어부들은 생계 수단을 잃었다.

“태국의 환경 NGO의 도움으로 어부들은 돌고래 생태투어를 하며 생계를 잇게 됐어요. 환경 NGO 단체와 협력해 어부들이 들려주는 돌고래 모험 이야기와 투명한 바닷속으로 비치는 오색 빛깔 산호초를 볼 수 있는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플레이플래닛은 단지 특별한 여행을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행지역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지향한다. 플레이플래닛은 네팔 지진 후 히말라야 트레킹, 마을에 머물며 민속춤 배우기, 네팔 할머니와 전통 요거트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현재 계획 중인 프로그램은 여행자들이 현지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행자들이 사진 잘 찍는 법, 매니큐어 예쁘게 바르는 법 등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해 현지인에게 가르치는 거예요. 여행자에겐 특별한 경험을, 현지인에겐 힐링이 될 수 있도록이요.”

공정여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플레이플래닛은 서울시 및 각 지역단체와 함께 지역경제 관련 컨설팅에 참여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용산구와 함께 ‘이태원에서 세계여행하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태원에는 외국인 거주자가 많지만 정작 한국인과 상호 융화가 되고 있지 않는 점에 착안해 이태원에서 세계일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터키인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집에 가면 함께 아이스크림 만드는 방법을 배우며 자연스레 터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죠. 외국인이라면 한국의 명소를 추천받을 수도 있고요.”

플레이플래닛은 각 지역의 성격을 살려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2009년 창업 초기 서 대표가 “여행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창업 후 1~2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7명의 직원과 함께 즐거운 여행이 개인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여행의 힘’을 확신하게 됐다.

“플레이플래닛이라는 플랫폼이 여행자, 현지인, 지역경제가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여행사가 아니에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의 여행인 거죠. 5년 후 네팔・인도네시아・필리핀 등 각 나라에 있는 플레이플래닛의 거점을 통해 멋진 여행이 완성되는 루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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