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훈은 인터뷰 도중 중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주윤발, 주성치와 판관 포청천 흉내를 냈다. 그는“경상도 사투리의 높낮이가 중국어의 성조와 비슷하게 들린다”고 했다.

12일 서울 역삼동의 한 양꼬치집. 16개 자리가 꽉 찬 가운데, 아직 주문을 하지 않은 한 자리의 남녀를 빼고는 모두 초록색 병의 칭다오(靑島)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맥주잔을 부딪칠 때도 "양꼬치엔 칭따오", 맥주를 주문할 때도 "양꼬치엔 칭따오"를 연신 외쳤다. 주문을 못 한 남녀도 주뼛거리며 점원을 부른다. "여기 양꼬치에 칭따오 한 병 주세요."

'햄버거엔 콜라, 삼겹살엔 소주'라더니, 이제는 '양꼬치엔 칭따오'이다. tvN 'SNL 코리아'의 정상훈(37)이 중국 특파원 '양꼬치엔 칭따오'로 출연해 엉터리 중국어 뉴스 보도를 하면서 한 쌍의 메뉴처럼 굳어진 조합이다. "셰셰(謝謝), 양꼬치엔 칭따오"로 인사를 한 뒤, 혀를 한껏 꼬아 한국어를 중국어처럼 들리게끔 말한다. 그리고 중간부터는 "그래 갖고 마"로 시작하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이거 순 엉터리네' 하고 실소가 나올 때를 정상훈은 놓치지 않는다. "지는 중국 사람 맞심더. 근데 이상하게 중국어가 잘 들리지예?" 중국어인 듯 중국어 아닌, 중국어 같은 한국어로 그는 칭다오 맥주와 통신, 온라인 게임, 소화제의 온라인 광고까지 하고 있다.

"처음에는 SNL의 남지연 작가가 '양꼬치엔 칭따오' 이름을 지어줬어요. 중국어는 원래 '셰셰'밖에 못해요. 요즘 양꼬치집에서 중국인 직원들에게 가끔 엉터리 중국어를 하는데, 처음에는 그럴듯하니까 다들 중국 사람인 줄 아세요.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면 다들 웃죠. 경상도 사람이냐고요? 아니요."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재학 중 1998년 드라마 '나 어때'로 데뷔하면서 연기자가 됐고, 2010년 첫 뮤지컬 '스팸어랏' 이후 뮤지컬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SNL에는 지난해 2월에 합류했다.

"방송에만 나오면 연예인이 될 줄 알았는데, 그 꿈이 점점 깨졌죠. 드라마 여러 편에 나왔지만 두각을 드러내지도 못했을 때쯤 배우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오디션을 봤고, 그걸 계기로 연기자가 무대에 서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주연감이 아니니까 감초 같은 조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팔도 사투리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투리 연습도 했고요. 그때부터 해왔던 것들이 '양꼬치엔 칭따오'를 만든 거죠. 다음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활용한 프랑스어도 할 겁니다."

'양꼬치엔 칭따오' 첫 방송이 나간 뒤, 칭다오 맥주 측에서 칭다오 맥주 스무 박스(480병)를 방송국에 보냈다. 열 번째 방송이 나갔을 때, 정상훈은 그 회사 광고 모델 제안을 받았다. 칭다오 맥주가 한국에서 인물 광고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 현지의 광고 모델은 중화권에서 '잉디(影帝·영화 황제)'로 불리는 양조위(梁朝偉)이다. 이 광고의 주제는 인생 역전이다.

"한 가지 생각을 꾸준히 해오다 보니 이런 인생 역전도 있는 거 아닐까요. 그 한 가지가 저한테는 코미디였어요. 서울예대에 들어가자마자 '개그클럽'이란 동아리에 들어갔고, 대학로에서 개그 공연도 하고 뮤지컬도 코믹 장르를 주로 했죠. 정극 연기하다가 코믹 연기를 하는 게 어때서요? 코미디의 대사 한 줄도 몇 천 번씩 되뇌면 어디선가 정말 살아있는 사람이 하는 말처럼 다가올 거예요." 이 말을 마칠 때쯤 한 쌍의 남녀가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며, '양꼬치엔 칭따오'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