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인식 기자] 인연이 깊은 스승과 제자가 좋은 타이밍에 뜻 깊은 재회의 시간을 가졌다. 감출 수 없는 흐뭇함에 서로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오랜 대화를 나눈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야곱(26, 두산 베어스)은 최근 옛 스승인 스카이스포츠 김진욱 해설위원을 기쁘게 했다.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동안 2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하며 시즌 3승(2패)째를 따낸 것. 팀 승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프로 입단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것이기에 진야곱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일이었다.

12일 잠실구장에서 NC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마친 진야곱은 “개인적으로 기쁜 것을 넘어 가족과 친지도 모두 행복해하셨던 것 같다. 경기를 마치고 부모님은 물론 이모, 고모님도 전화를 해주셨다”라며 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12일 방송을 위해 잠실을 찾은 김진욱 해설위원도 진야곱에게 축하를 건넸다. 진야곱이 경찰청에 입대하기 전 퓨처스 재활코치로 그와 인연을 맺었던 김 위원은 열심히 운동에만 전념하던 젊은 투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 위원은 “(워낙 열심히 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장 출입금지도 시켰는데 밤에 몰래 와서 하고 있더라. 너무 과하지 않나 생각도 했다. 많이 고생한 것을 알고 있어서 야곱이가 잘 던진 것이 누구보다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진야곱도 "그때 감독님(김 위원)께서 퓨처스 재활코치셨는데, 나를 말리러 웨이트 트레이닝 장으로 슬리퍼를 들고 쫓아오시기도 하셨다"며 같이 미소를 지었다. 김 위원이 어떤 지도자였는지, 그리고 진야곱은 어떤 태도로 운동하는 선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하는 것은 성남고 2학년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진야곱은 이에 대해 “고 2때 성적이 좋지 않았고 구속도 안 나왔다. 신체조건이 좋지 않은데 힘을 키우면 좋아질까 해서 열심히 하게 됐다. 그래서 20km 정도 구속이 올라갔다. 지금도 이병국 코치님 스케줄에 따르고 있다. 고 2때는 집이 멀어 합숙을 하면서 시간이 남아 운동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던 김 위원은 “2스트라이크 이후 공 하나하나를 100%로 던져야 좋은 투수가 된다. 변화구도 좀 더 빠르게 던져야 한다”고 조언까지 아끼지 않았다. “옛날에는 무조건 강하게 던질 생각만 했다”던 진야곱은 “좀 더 터득해야 한다. 한 경기 좋았을 뿐이다”라는 말로 자만을 경계했다.

하지만 진야곱의 성실함을 잘 아는 김 위원은 제자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극찬했다. 김위원은 진야곱을 향해 “네가 가진 능력은 정말 좋은데 그게 이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전보다 보는 사람이 편해졌다. 옛날엔 세게만 던지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어제는 그런 것이 없더라. 정말 효도했다”면서 다시 한 번 진야곱의 호투를 축하했다.

양복에 넥타이 차림이어도 김 위원은 천생 지도자였다. 두산에서 재활코치와 투수코치, 1군 감독으로 노경은, 유희관 등 유망주들의 성장에 기여한 김 위원은 자신이 유니폼을 입고 있던 동안 진야곱의 성공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성공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한 진야곱의 호투에는 누구보다 기뻐할 수 있었다. 진야곱 역시 어려웠던 시절 자신을 돌봐준 스승인 김 위원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더욱 뿌듯했던 하루였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