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간은 내게 30년처럼 느껴졌다. 나는 30년 더 슬퍼졌고, 30년만큼 더 현명해진 것같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이날은 지난달 1일 급사한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의 장례가 치러진 지 30일째 되는 날. 샌드버그는 '오늘은 내 사랑하는 남편을 위한 쉬로심(sheloshim), 즉 첫 30일의 마지막 날'이라고 밝혔다.
'쉬로심'은 히브리어로 '30일'을 뜻하는 말이다. 셰릴 샌드버그와 남편 데이브는 모두 유대인. 미국에 사는 유대인 인구는 2014년 현재 약 569만명으로 전 세계 유대인 인구 1386만명의 41%에 해당한다. 이는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 561만명보다 더 많은 수치이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유대교의 전통을 지키는 경우가 많아 언론에 종종 이 같은 유대교 용어들이 등장한다.
유대교 전통에서는 부모, 자녀, 형제·자매, 배우자 등 가까운 친척의 장례식이 끝난 후 첫 일주일을 '쉬바(shiva)'라 부르며 특별한 애도 기간으로 삼는다. 유족은 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며, 가까운 친구와 친척들은 이 기간에 유족을 방문해 위로한다. 쉬바가 끝났다고 애도가 끝난 건 아니다.
장례 후 30일간인 '쉬로심'이 끝날 때까지는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49재와 비슷한 개념이다. '유대인 이야기'를 쓴 최명덕 건국대 명예교수는 "쉬로심 동안 유족은 생일 파티, 결혼식, 댄스파티 등 축하 파티에 참석하면 안 된다. 정통파 유대인들은 새 옷을 입거나 이발을 하고 수염을 깎는 것도 금한다"고 말했다. 샌드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쉬바가 끝나면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재개할 순 있지만, 배우자를 위한 종교적인 애도가 완결되는 건 쉬로심을 마치고 나서이다'라고 썼다.
'30'은 유대인들에게 의미가 있는 숫자다. 최명덕 교수는 "유대인들은 매달 초하룻날 월삭 예배를 드리는 등 예로부터 월력(月曆)을 기준으로 계율을 지켜왔다. 30일간 쉬로심을 지키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데이브 골드버그의 장례는 그가 숨진 지 나흘 후인 지난달 5일 치러졌다. 이는 정통 유대교 율법에는 어긋난다. 최창모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중동학 전공)는 "유대교에서는 시신을 부정(不淨)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바로 치른다. 해가 남아 있으면 바로 치르고, 해가 진 이후면 다음날 치른다"고 했다. 기독교 신자들은 뒤뜰에 주검을 묻지만 유대인들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엄격히 분리한다. 시신은 대부분 공동묘지에 묻는다. 이 역시 시신을 정결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