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IPTV 상품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해야 해당 고객을 자사에 단단히 묶어둘 수 있다.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간 경쟁 패러다임이 ‘번호이동을 통한 신규 가입자 유치’에서 ‘유무선 결합상품 가입자 확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후 분위기 변화 속도는 눈에 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집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모바일 번호이동은 2013년 2만5038건, 지난해 1~9월 2만1749건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일평균 번호이동은 1만5808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결합상품 가입자 수는 2012년 612만명에서 지난해 638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결합상품 가입자 유치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락인(lock-in)’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락인 효과는 특정 회사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동통신 상품 하나에만 가입한 고객은 언제든 이동통신사를 쉽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 고객이 유선통신(초고속 인터넷), IPTV(인터넷TV) 상품까지 포함된 패키지 상품에 가입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IPTV만 해도 가입 업체를 바꾸려면 설치기사가 집에 방문해 셋톱박스 교체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데, 번거로운 셋톱박스 교체까지 감수하면서 업체를 옮길 소비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결합상품 시장의 경쟁 상황을 살펴보면 SK브로드밴드(033630)가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이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50%에 이르는 점유율을 앞세워 결합상품 마케팅을 공동 진행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인 'TB끼리 온가족 무료'의 경우 이동전화를 3회선 결합하면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덕분에 SK 진영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점유율은 2010년 23.2%에서 올해 2월 25.3%로 올랐다. 반대로 KT(030200)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3.1%에서 42.4%로 떨어진 상태다.

IPTV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4월 기준으로 KT가 608만9472명의 누적 가입자를 확보해 1위를 유지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가 307만5911명, LG유플러스(032640)가 231만3697명을 각각 가입자로 확보했다.

그런데 순증(純增) 가입자만 따지면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말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KT의 IPTV 가입자 순증은 4만667명이고, SK브로드밴드의 순증 가입자는 6만8686으로 집계됐다. 올해 4월에도 KT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5만1649명과 5만5066명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SK텔레콤이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결합상품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유선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귀속되면 두 회사의 협업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결합상품 판매 과정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져 허위 과장 광고, 경품 과다 지급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