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선발투수는 한 번 던지면 최소 4일을 쉰다. 선발투수들이 가지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에 나서는 빈도가 잦은 불펜투수들의 휴식일은 얼마나 줘야 할까.

올해 KBO리그의 특징 중 하나인 불펜투수들의 지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불펜투수들의 경기당 평균투구수는 120.3개였다. 이 수치는 지난해 129.5개로 뛰었고 올해는 평균 134개로 2년 전에 비해 무려 14개나 늘어났다. 불펜 총동원령을 내린 한화와 kt가 이 수치를 끌어올리고 있긴 하지만 다른 팀들도 믿을 만한 선발투수들이 부족한 가운데 불펜투수들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

▲ 3일 60개, 4일 40개. 위험한 쪽은?

지난해에 비해 엔트리가 1명 늘어나기는 했으나 핵심 선수들의 경우 상황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카드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여기에 가뜩이나 경기수가 늘어나 체력 및 휴식일 관리에 현장이 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장이 생각하는 불펜투수들의 이상적인 휴식일과 숨겨진 오해는 무엇일까.

모든 것에는 “선수마다 개인차가 있다”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다만 한바탕 논란이 일었던 ‘3일 연투’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다. 한 불펜투수는 “되도록 피하고 싶은 것이 3연투이기는 하지만 투구수가 20개씩 정도라면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불펜투수들은 나가서 던지라면 매일 던질 수 있다. 문제는 제 구위가 나오냐는 것”이라며 3일 연투 자체가 논란이 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3일 동안 60개를 던지는 것과 4일 동안 40개를 던지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부담이 될까. 투구수 자체는 3일 60개가 더 많지만 현장에서는 “4일 40개가 더 부담이 되고 힘들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유는 숨겨진 불펜투구수 때문이다. 대다수의 투수들은 경기에 나가기 전 80%의 힘으로 10~15개 정도 공을 던지고 나간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전력으로 몸을 푸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4일 동안 40개를 던지는 게 아니라 최소 100개의 공을 던지는 셈이 된다. 이틀째 던지는 투구와 나흘째 던지는 투구의 체력 소모가 같을 수도 없다.

많은 벤치에서 호소하는 어려움은 바로 이것이다. 설사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숨겨진’ 수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한 투수코치는 “팬들이 보실 때는 왜 투수운영을 저렇게 하는지, 왜 필승조 선수들을 아끼는지 답답해 하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펜투구수, 최근 몸을 푸는 상황, 선수들의 미세한 몸 상태를 모두 아실 수는 없다. 모두 안다면 마냥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수 운영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 1경기 50개 이상, 최소 휴식일은?

롱릴리프 자원들의 경우는 1경기에 많은 투구수를 기록할 때가 있다. 50개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도 있다.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수가 꽤 많다. 7일까지 올 시즌 1경기에 46구 이상을 던진 경험이 한 차례라도 있는 불펜투수들은 총 22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들의 휴식일은 어떻게 관리해야 정상일까. 기본적으로 “무조건 이틀은 쉬어야 한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 불펜투수는 그 이유에 대해 “50개를 던진다는 것은 3이닝 정도를 소화한다는 의미가 된다. 불펜투구를 15개 한다고 가정하고, 3이닝 동안 공수교대 때 공을 던지는 것이 또 15개 정도 된다. 여기에 이닝사이에 몸을 풀기 위해 공을 던지는 것까지 생각하면 1경기에 100개 가까운 공을 던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공을 모두 전력으로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어깨에 부담이 된다는 뜻이다. “무조건 이틀, 여유가 있으면 3일 휴식”에 대다수가 공감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주간 투구수에 대한 불펜투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결국 선발투수들이 던지는 것 이상의 공을 던져서는 무리가 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한 코치는 “불펜투수들이라고 해서 선발투수들에 비해 강철 어깨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그렇게 던지는 상황에 좀 더 익숙해져 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불펜투구수 등 전체적인 피로도까지 감안하면 선발 대비 70~80% 정도에서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즉, 주당 최대 70~80개 정도다. 칼 같이 지키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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