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M C&C

배우 송재림은 최근 몇 년간 몸무게가 15kg이나 늘었다. 덩치가 커져서 지인들에게 '대형견'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부 네티즌은 성형한 것 아니냐고 의심을 품기도 한다. 그만큼 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 나잇살이 쪘어요. 삼시세끼 다 먹으면 살이 붙더군요." 송재림이 손으로 얼굴을 스윽 쓸어본다. 하지만 근심어린 말과 달리 표정은 무척 온화하고 여유롭다. "몸이 둥글둥글해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관상도 변한 것 같다"면서 생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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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송재림이 굉장히 친근해졌다. 우월한 외모와 묘한 분위기로 시선을 압도하던, 그래서 조금은 다른 세상의 사람 같았던 '모델' 송재림은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그 대신 다채로운 표정과 솔직담백한 인간미로 시청자들에게 성큼 다가오는 '배우' 송재림이 있다. '배우의 얼굴'이 그에게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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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송재림의 가능성을 한층 넓혀준 작품이다. 검도사범 루오 역을 맡아 이하나와 풋풋한 멜로 연기를 펼쳤다. 악연으로 얽힌 양가 어머니의 반대에도 사랑을 지켜가는 모습이 듬직했다. 그 덕분에 딸을 둔 시청자들에게 탐나는 사윗감으로 특별한 애정을 받았다. "출연진 중에 제가 가장 막내였어요. 그래서 더 풋풋함이 도드라졌던 것 같아요. 어머니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이었죠."

'해를 품은 달'의 호위무사나 '감격시대'의 카리스마 무술인처럼 개성 강했던 그의 과거 출연작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루오에게는 일상성과 평범함이 녹아 있다. 송재림은 '튀지 않는 연기'로 드라마에 스며들었다. "주된 플롯은 어머니들의 이야기잖아요. 우리는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러브라인이 튀어버리면 풋풋함을 넘어서 형광색이 돼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멋을 빼고, 색을 연하게, 조금 심심하게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송재림은 작품 해석력과 표현력이 좋은 배우 같다. 작품에 맞춰 자신을 조율할 만큼 성숙하다. 그래서 원래 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인상을 줄 만큼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능글맞도록 생활감이 묻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연했다.

칭찬에 쑥스러워하던 송재림은 대본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김)혜자 쌤'이 그러셨어요. 이 드라마에는 겉도는 인물이 없다고. 단순히 극의 흐름을 위해 탄생한 인물은 이질감이 들기 마련인데, 우리 드라마에선 모든 인물이 마치 시계부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역할을 했어요. 메시지를 중심으로 각자의 밸런스가 잘 맞춰진 거죠."

이 드라마 덕분에 취미도 하나 생겼다. 검도사범 역할을 위해 배운 검도에 흥미가 붙었다. 원래 취미로 즐기던 바이크 실력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취미를 오래하면 특기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얼마 전부터 섹소폰 연주도 시작했다. 카메라 밖의 모습도 참 다채롭다. "저는 인간 관계가 넓지 않아요. 모바일 메신저도 안 써요. 마이너 성향이 강하죠. 그런데 바이크를 즐기면서 '집돌이'를 벗어났어요. 맛집 찾아다니고 자연을 즐기는 재미가 상당하더군요."

송재림의 또 다른 의외의 모습. 바로 '캣대디'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송재림은 집 근처 길고양이들도 돌본다. 고양이 얘기에 그의 표정이 한껏 밝아진다. 얼마 전엔 한 녀석이 송재림에게 다가와서 자꾸만 울더라고 했다. 그 고양이를 따라갔더니 이웃집 지붕 위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최근에 지붕 공사를 했는데 그 안에 새끼 세 마리가 갇혀 있었던 거다. 송재림은 집주인을 설득해 지붕을 뜯어내고 고양이를 구해냈다. 그 후로 그 어미 고양이 이름을 '삼팔이'로 지었다. 공사비가 38만원이 들어서란다. 요즘도 길고양이 네 마리가 송재림이 주는 밥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료가 금방 줄어요. 동네 개들도 와서 밥 먹나 봐요. 사료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푸하하."

송재림의 인간적 매력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김소은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와 가식 없는 그의 애정 표현에 팬들이 환호했다. "제 나이가 서른인데, 어린 친구들처럼 뭘 모르는 척할 수는 없더라고요. 억지 설정 없이 편하게 다가갔죠. 친한 친구들만 알고 있는 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더니, 사람들도 저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그건 저에게도 선물처럼 고마운 일이에요. 소은이에게도 고마워요. 정도 들고 동료의식도 생겼죠. 그래서 하차하는 게 좀 서운하네요."

한때는 자연인 송재림과 배우 송재림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김혜자, 이순재, 장미희, 손창민, 채시라 등 대선배들과 연기하면서, 그리고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면서, 그 생각이 변했다. "자연인의 삶과 배우의 삶을 조화롭게 섞어서 그대로 떠안고 가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삶이 연기이고 연기가 곧 삶이란 말이 그런 의미인가 봐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10년, 20년 후의 저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송재림은 꾸준히 한 단계씩 나아가고 싶다. 단숨에 도약하려는 욕심은 없다. "돌탑 쌓아가듯 꾸준히 일하는 배우"가 목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저의 필모그래피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제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선택의 결과가 나중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제 깜냥에 달린 문제죠. 그 깜냥을 넓힐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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