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자마자 마스크부터 샀습니다."

2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쇼핑하던 중국인 관광객 쭈린(20)씨는 코와 입을 흰색 마스크로 가린 채 물티슈로 손을 계속 닦았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한국이 들끓고 있다는 걸 사흘 전 입국한 뒤에야 알았다"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이날 오후 롯데백화점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30% 정도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면서 관광업계가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대만 관광객의 단체 관광 취소가 잇따르고 있고, 현지 여행사에는 계약 취소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공원 낙타도 격리 - 메르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2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내 낙타가 격리돼 있다. 메르스는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공원은 이 낙타의 메르스 감염여부를 검사의뢰 할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과 대만 관광객 2500여명이 올 7~8월 방한을 취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2일 밝혔다. 4일부터 하나투어의 1주일짜리 패키지 상품으로 국내에 입국하려던 베이징·상하이 관광객 30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정기윤 하나투어 팀장은 "'한국 상황이 정부 발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루머가 중국에 퍼져 현지 여행사들이 한국 여행 상품을 줄줄이 빼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이달 중 입국할 중국인 관광객 100여명이 취소를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달 하순 이후의 예약이 대거 취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중국인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환불이 거의 안 되는 이달 초·중순 상품의 취소율은 15% 정도지만, 환불이 많이 되는 이달 하순 입국 여행상품은 절반 정도가 해약될 것"이라면서 "중국 현지 제휴 여행사에 예약 취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한창 모객(募客)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관광객 급감으로 최근 살아난 매출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불안한 모습이었다. 이선대 롯데백화점 상무는 "일단 매장 위생상태를 점검해 고객들의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매장의 이승남(27)씨는 "며칠 새 거리를 오가는 유커들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이번 사태가 7~8월 관광 성수기까지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술 교류 차 한국에 갔다가 지난달 말 홍콩으로 돌아온 30대 의사가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자 홍콩 보건 당국이 한국 의료계와 교류를 중단했다고 현지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코윙만 홍콩 식품위생국장은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한국의 메르스 발병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니 한국과의 교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의심 환자 상태에서 중국에 들어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후이저우 인민병원에 입원 중인 한국인 K(44)씨는 상태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쾌보(新快報)는 이날 K씨를 치료하는 중환자실 의사를 인터뷰해 "환자는 의식이 또렷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