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독일 문학의 3대 문호(文豪)가 최근 새롭게 번역됐다. 40대 후반~60세의 독문학자들이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과 단편집 '변신', 헤세의 장편 '데미안'의 새 한국어판을 잇달아 내놓았다. 요즘 문학 전문 출판사들이 새 독자 세대를 겨냥해 세계문학전집을 경쟁적으로 내는 현상 덕분에 근·현대 독문학의 고전이 우리말로 거듭난 셈이다.
장희창 동의대 교수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새로 옮겨 을유출판사에서 냈다. 장 교수는 독일 괴팅겐 대학의 알브레히트 쇠네 교수가 편집해서 2003년에 낸 '파우스트' 판본을 번역했다. '쇠네 판본'의 특징은 괴테가 미풍양속을 해칠까봐 걱정해 당초 원고에서 뺀 '발푸르기스의 보따리' 필사본을 고스란히 살려냈다는 것. 이 부분은 관능적인 묘사가 많아 '거대한 성적(性的) 판타지'로 불리어왔다. 장 교수는 "일부 학자의 비판이 있었지만, 보수적이고 정통적인 파우스트 해석에서 벗어나 괴테의 의도를 살리려는 쇠네의 시도와 해석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장 교수의 번역본은 이 부분을 부록으로 실었다.
권혁준 인천대 교수는 카프카의 장편 '성(城)'의 새 번역본을 창비출판사에서 냈다. 현대인이 겪는 실존의 부조리를 다룬 카프카는 '성'을 미완성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떴다.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가 '성'을 편집해 낸 것이 지금껏 전 세계적으로 읽혀왔다. 올해 한국 카프카학회장에 선출된 권 교수는 인도 출신 독문학자 맬컴 패슬리가 편집한 새 비평판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비평판은 막스 브로트가 편집한 초판에서 빠진 부분을 복원해서 카프카의 원고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태환 서울대 교수는 카프카의 단편집 '변신·선고'를 을유출판사에서, 박민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역시 단편집 '변신'을 꿈결 출판사에서 나란히 냈다. 두 번역본 모두 젊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박민수 교수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새로 옮겨 꿈결 출판사에서 냈다. 독문학을 전공한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문학기행서 '헤세로 가는 길'(아르테)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삶이 힘들 때마다 헤세를 읽었다"는 평론가가 헤세의 고향 칼프에서부터 헤세가 잠든 도시 몬타뇰라까지 직접 찾아간 여행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