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무하마드 알리(73·사진).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싱 선수로 평가받는다. 링 위에서 명승부를 만들어 내던 알리는 40대 초반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링에서 내려온 이후부터는 파킨슨병과의 승부를 가리는 셈이다. 지난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걸음걸이 이상 상태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온 그를 기억할 것이다.
파킨슨 증상은 몸동작이 늦어지는 서동증, 강직, 균형장애, 수전증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의학적 증후군을 말한다. 이런 파킨슨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은 많으나 가장 흔한 원인이 역시 파킨슨병이다. 이는 치매를 유발하는 많은 원인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둘 다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특정 그룹의 신경세포가 기능을 점차 잃어가고 죽어가는 질환이다. 파킨슨병도 알츠하이머병처럼 질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으나 증상을 조절하고 호전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는 있다.
많은 이들이 알리의 파킨슨병은 복싱 선수 생활하면서 상대방의 펀치에 의해 받은 반복적인 뇌손상 때문에 발생했다고 의심한다. 알리의 경우 반복적 뇌손상과 파킨슨 발병 여부와의 개연성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프로 권투선수에게서 나타나는 파킨슨 증상의 가장 흔한 원인이 '펀치드렁크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프로 권투선수의 20%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선수 생활 중에 받은 머리 부위 반복적 가격에 따른 뇌 손상이 점차 쌓여가면서 발생하는 만성 외상성 뇌병증의 일종이다. 파킨슨 증상과 인지기능장애가 같이 나타나고 점차 진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운동과 관련된 뇌손상으로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매우 다양하다. 복싱 이외에 레슬링과 미식축구가 이런 증상이 잘 오는 것으로 유명하고. 아이스하키, 럭비, 프로축구 선수에게도 발생한다.
파킨슨병에서도 인지장애는 비교적 흔하다. 환자의 50%는 심하지 않은 경도인지장애가 있고, 30%는 나중에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를 파킨슨병 치매라고 한다. 인지기능장애는 알츠하이머병과 조금 다르다. 알츠하이머병이 기억 입력 장애 위주라면, 파킨슨병은 주로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잘 꺼내지 못하는 회상장애다.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는 사고 지연이 가장 흔하다.
파킨슨병이 늦게 발생할수록 치매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40대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무하마드 알리나 유명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54)의 경우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이 발병해 현재까지 치매를 동반하지 않는 전형적인 파킨슨병이다. 이제 70세를 넘긴 알리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하고 말도 거의 못하는 상태지만 인지기능은 아직 나름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외상으로 인한 뇌 손상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발생 위험인자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머리에 헬멧을 써야 하는 이유다. 어떤 경우든 뇌를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