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양대 '전설' 조훈현(62)과 조치훈(59)의 황금 대결이 펼쳐진다. 한국기원은 현대 바둑 70주년 기념행사 중 하나로 두 거장이 오는 7월 12일 오후 2시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서 맞대결을 갖게 됐다고 18일 발표했다. 2층 대회장에서는 바둑 관계자 및 팬들을 상대로 한 공개 해설회가 열릴 예정이다

두 기사는 20세기 후반 각각 한국과 일본 바둑계를 석권하면서 우리 국위를 크게 떨쳐온 거장들. 조훈현은 세계 최연소(9세)로 입단한 직후 도일 유학을 떠났다가 병역 이행을 위해 귀국한 뒤 국내 전관왕 세 차례(80년·82년·86년), 세계 대회 사이클링 히트(94년), 타이틀전 최다 연속 우승 기록(패왕전 16연패), MVP 8회 등 '기록 창고'로 군림해왔다. 생애 통산 타이틀 수 160개는 세계적으로 '비교 불가'다.

97년 6월 2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LG배 16강전서 마주 앉은 조훈현(왼쪽)과 조치훈. 조훈현이 이 대결 승리를 포함해 통산 8승 3패로 앞서 있다.

조치훈은 여섯 살 때 당시 세계 바둑의 메카로 통하던 일본 유학을 떠나 그곳서 '신화'가 됐다. 만 11세 입단은 일본 바둑계 남성 기사 최연소 기록으로 무려 47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대삼관(大三冠·3대 타이틀 동시 보유) 4회, 승단 대회 33연승(69~73년), 기도(棋道)상 MVP를 8회 받았다. 통산 우승 73회는 일본 부동(不動)의 대기록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두 거장의 맞대결이 처음 이루어진 것은 1980년 연말. 일본 명인 타이틀 쟁취 기념으로 일시 귀국한 조치훈이 한국 전관왕이던 조훈현과 두 판 기념 대국을 두어 모두 이겼다. 하지만 조훈현은 이후 LG배 5차례 등 양자 대결에서 8 연승하며 스코어를 역전시켰다. 조치훈은 2003년 3월 제8회 삼성화재배서 우승할 때 8강전서 조훈현을 만나 모처럼 설욕했다. 그러곤 12년이 흘렀다.

두 기사는 친숙한 선후배 사이지만 강한 라이벌 의식도 있다. 주최 측의 맞대결 제안을 즉각 수락한 것도 서로 상대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통산 3승 8패로 뒤지고 있는 조치훈, 마지막 대결서 패했던 조훈현 모두 둘 간의 최종국이 될지도 모를 이 한 판에 전력을 쏟을 태세다.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아직 둘 다 녹슬지 않은 기량을 떨치고 있어 결과 예측도 쉽지 않다. 조훈현은 지난해 11월 이후 이달 초까지 시니어클래식(50세 이상만 출전)에서만 무려 18연승 질주 속에 5월 초 우승컵 하나를 추가했다. 조치훈도 최고 기전인 기성전 본선 멤버로 활약 중이며 일본판 시니어 기전인 마스터스컵을 갖고 있다.

제한시간은 현재 조율 중이다. 행사 종료까지 대략 총 3시간을 예정하고 있어 각자 30분에 40초 초읽기 3회 방식이 유력하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다. 같은 액수가 지급된다는 것뿐 두 기사의 대국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