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서울의 모성 사망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 사망비는 산모(産母)가 출산과 관련해 사망하는 비율로, 분만 인프라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指標)다. 강원도의 모성 사망비는 2007년만 해도 서울의 3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2013년엔 10만명당 27.3명을 기록해 서울(5.9명)의 4.6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강원도만 떼어놓고 보면 40년 전인 1970년대 우리나라 전체 모성 사망비와 맞먹고, 이란(23명)이나 카자흐스탄(26명)보다도 열악한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강원도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곳은 전남 10곳, 경북·경남 각 9곳, 전북·충북 각 6곳 등 55곳에 이른다. 재작년엔 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던 임신 8개월 여군 중위가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쓰러져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여군이 근무하던 부대에서 산부인과까지는 1시간 30분을 가야 했다.
전국에서 분만이 가능한 의료 기관은 2004년 1311곳에서 지난해 641곳으로 10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저출산으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데다 의료 분쟁 위험이 큰 분야인 탓이다. 산부인과 간판을 걸어놓고 실제로는 미용·피부과 같은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병·의원도 적지 않다.
우리 출산율은 전 세계 최악 수준이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에 북한 핵폭탄보다 더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육수당·아동교육비·불임치료 지원 등 저출산 관련 분야에 예산을 연간 15조원 쓰고 있다. 지자체들은 산모에게 출산축하금·영양제·유모차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저출산은 나아질 기미조차 없고, 산부인과 병원은 곳곳에서 간판을 내린다. 정부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으며 지금까지 헛다리를 짚어왔다는 뜻이다.
출산 의료 인프라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오래전이다. 그런데도 '큰일 났다'는 심정으로 나온 정책은 없었다. 이제 1인당 소득 3만달러를 바라본다는 준(準)선진국에서 산모 사망률이 후진국만도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 당장 전국 보건소에 분만 시설과 의료진을 확충하고 소규모 지역 산부인과와 대학 병원 간 분만 인프라 연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 상황을 정말 충격으로 받아들여 정신이 번쩍 들지 않으면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大)전환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