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 소장

'세계시각장애인 경기대회'가 5월 10~17일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다. 60여개국에서 6000여명이 참가하는 대회에는 우리 선수단도 100여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룬다.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복지 정책에 일대 전환점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방식은 스웨덴식 연금지급 쪽보다는 스페인식 고용보장이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스웨덴 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들은 작년 온세(ONCE·스페인 시각장애인연합회) 초청으로 스페인을 방문해 시각장애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선망과 시기심이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페인의 시각장애인들은 연금은 풍족하게 받지 않는 대신 온세복권 발행·판매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많다. 온세는 홈페이지(www. once.es)를 통해 "지구상 어디에도 시각장애인이 주도하는 스페인의 온세 시스템에 비견되는 제도는 없다"며 자신의 시스템을 자랑한다.

온세시스템의 핵심은 온세복권이다. 온세는 직접 온세복권을 발행·판매하고 수익 처분권도 갖는다. 바로 이 점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스페인 온세복권 시스템의 특성이다. 온세복권은 판매 직원 전부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보장 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3년 온세복권 판매 직원은 총 1만9804명이다. 이 중 시각장애인은 7751명, 비시각장애인은 1만2053명이다. 온세복권 총판매 수입은 22.4억유로(약 3조원)이고 온세복권 판매 직원 인건비는 약 9.8억유로(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온세복권 판매 수입이 우리나라 전체 복권 판매 수입과 맞먹는 것이다.

스페인 국민은 일반 국가 복권 못지않게 온세복권을 많이 구매한다. 당첨되지 않아도 복권수익금이 장애인을 돕는 데 사용되어 결국 행운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온세복권은 사행성 게임이라기보다 기부의 실현으로 인식한다. 바로 이것이 온세복권 시스템의 토대이다.

우리나라에서 '한국형 온세복권'을 시작한다면 스페인 못지않게 공동체 의식과 역사가 깊은 우리나라 국민도 크게 성원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도 이제는 물고기 한두 마리를 잡아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물론 호락호락한 것은 없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더불어 잘사는 꿈을 꾸면 못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