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걱정되면 왔겠어요?”
다섯달 가까이 상영이 중단됐던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이 9일 다시 문을 열었다. 오전 11시 ‘수퍼플렉스 G관’(이하 수퍼G관)에서 상영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고 나오던 송파구 주민 김모(54)씨는 “자식들이 인터넷으로 예매해줘서 보러 왔다. 특별히 안전이 걱정된다거나 하진 않았다”고 했다. 이 극장은 지난해 12월 ‘소음 진동이 느껴진다’는 민원에 따라 서울시가 사용 제한 조치를 취한 뒤 보완 점검을 거쳐 재개장했다.
이날 수퍼G관 출구에서 관객 10여명에게 재개장 뒤 첫 관람 소감을 물었다. 대부분 “또 문제 생기면 무슨 꼴을 당할지 더 잘 알텐데, 충분히 보완했으니 문을 연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연령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대답은 비슷했다. 영화관과 주변도 차분하고 조용했다. 서울시가 영화관 사용제한 조치를 취한 이유가 됐던 진동 등의 문제도 이날은 없었다. 롯데시네마는 11일까지 사흘간 인터넷 사전 예매 관객과 송파구청 추천 주민에게만 영화관을 개방하고 있다. 이미 개봉한 작품과 개봉을 앞둔 작품 50여편이 상영 중이다.
제2롯데월드는 123층 555m 높이로 건설 중인 ‘월드타워동’과 별도로, 극장이 포함된 10층 건물 ‘엔터테인먼트동’과 ‘몰(mall) 동’, ‘애비뉴엘 동’ 등으로 구성된 복합 건물이다.
◇첫 날 관객 9000여명… ‘인터스텔라’ 만석
이날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총 21개 스크린(4600여석) 중 14개관만 문을 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1개관당 6회차씩 하루 120여회 영화를 틀지만 이날 상영은 32회차만 진행했다. 스크린수는 절반, 상영횟수는 4분의 1 정도다. 무료 개방에 따른 혼잡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극장과 주변 곳곳에는 정장 차림의 롯데 임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는 매점에서는 핫도그 등의 음식도 판매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이 ‘새 집에 온 손님들에게 돈 받고 물건을 파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내린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총 관객수는 9000여명이었다. 좌석 점유율은 약 90%로 무척 높았다. 수퍼G관에서 저녁 시간대에 상영된 ‘인터스텔라’는 만석이었다. 개봉 당시 아이맥스 등 특수상영관 예약 전쟁이 벌어지며 인터넷 암표까지 돌았던 영화다.
662석 규모의 수퍼G관의 스크린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크기다. 가로 34m, 세로 13.8m에 달한다. ‘돌비 애트머스’ 특수 음향 시스템과 공연장 수준의 고급 스피커 165기, 일반 영사기보다 해상도가 2배 높은 4K 영사기 넉 대를 한꺼번에 쓰는 ‘4K쿼드 영사 시스템’을 설치했다. 실제 지난해 영화관 폐쇄 전 ‘호빗: 다섯군대 전투’를 수퍼G관에서 돌비 애트머스 버전으로 봤다. 보통 3D영화를 일반관에서 봤을 때 나타나는 화면의 밝기나 화질 저하가 거의 없었고 사운드 입체감도 뛰어났다. 이날 오전 상영된 ‘킹스맨’은 3D나 돌비 애트머스 버전이 아닌 일반 2D 버전으로 상영됐다.
◇‘진동 논란’ 스크린, 영사기 다시 달고 방진 조치
영화관 잠정 폐쇄의 원인이 됐던 진동 논란은 지난해 12월 월드타워점 14관에서 발생했다. 관객들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고 스크린도 흔들린다”고 항의하며 퇴장했던 것. 진동에 놀란 관객이 119에 신고하는 소동도 빚었다.
롯데시네마는 “단국대 이상현 교수(건축공학)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한 결과”라며 “14관(8층) 바로 위에 있는 19관(10층)이 좌석이 떨리는 등 특수효과를 내는 ‘4D관’이다. 14관 영사기가 19관 바닥과 밀착된 천장에 설치돼 있었던 탓에, 19관의 4D 시설과 저음용 스피커에서 발생한 진동이 14관 영사기에 그대로 전달돼 영사된 화면이 흔들렸고, 이를 관객들은 건물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측은 검증을 위해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는 새벽 시간에 월드타워 건설 크레인 사용도 중단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소음과 진동 영향 실험을 진행했다. 천장에 붙어 있던 14관의 영사기는 바닥 설치대 위에 올려 놓는 형태로 바꿨고, 진동 방지 시설도 추가로 설치했다. 그 결과 “보완 조치 이전엔 14관 스크린에서 20~30㎜까지 진동에 의한 떨림이 측정됐으나 조치 뒤에는 1~2㎜ 수준으로 떨림이 거의 사라졌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11일까지 무료 임시개장을 거쳐 12일부터 정상 영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