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만 5636개. 2005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서울시 도로에서 발견된 포트홀 숫자다. 포트홀은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 표층이 떨어지면서 구멍처럼 패인 것을 말한다. 땅이 갑작스럽게 푹 꺼져 생기는 싱크홀과는 구분된다.
2013년 한 해 동안 서울시 도로에 생겨난 포트홀만 9만 3085개로 매년 수가 늘고 있다. 포트홀로 인한 사고도 함께 늘어나면서 사고 운전자가 도로 관리 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소송도 많아졌다.
최근 1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한 포트홀 관련 소송 4건을 살펴본 결과 포트홀 크기보다는 포트홀 위치나 사고 상황에 따라 손해 배상 책임이 달라졌다. 법원은 포트홀이 발견하기 힘들거나 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했을 경우 도로 관리 주체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충분히 피할 수 있거나 운전자 과실이 클 경우에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허모씨는 2012년 5월 무면허로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화성시를 지나다가 43번 국도 포트홀에 걸려 크게 다쳤다. 재판부는 지난 4월 “편도 1차선 국도에서 차선 우측으로부터 약 3분의 1 지점에 상당한 크기로 포트홀이 형성돼 있어 피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김모씨는 2013년 10월 10년간 타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고 김포시를 지나는 48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김씨는 오른쪽으로 굽은 커브길에서 1차선으로 차로를 변경하다가 포트홀에 걸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숨졌다.
재판부는 작년 11월 “4~5cm 깊이인 구멍이 도로 곳곳에 파여 있었고, 사고 지점에는 깊고 넓은 포트홀이 있었다”며 “곡선도로는 안전성이 특히 중요함에도 보수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맹모씨는 2013년 12월 아우디 차량을 타고 장존교차로 송악램프를 통해 자동차전용도로인 21번 국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본선도로로 진입하던 맹씨 차량은 포트홀에 빠져 차량 타이어와 휠이 손상됐다.
재판부는 작년 9월 “사고 지점은 본선도로로 합류돼 없어지는 가속차로로 운전자들이 전방보다는 좌측을 보는 구간”이라며 “폭 35cm 깊이 8~10cm 크기 포트홀이 있었다면 이를 발견하고 조치하지 못한 국가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포트홀 사고 원인을 운전자 책임으로 판단한 판결도 있다. 이모씨는 2012년 4월 벤츠 차량을 타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씨는 좀 더 폭이 좁은 압구정로 14길로 진입하던 중 포트홀에 빠져 자신이 타고 있던 차량 타이어와 휠이 파손되는 사고를 겪었다. 사고지점에 발생한 포트홀은 폭 80cm, 깊이 6cm로 완만한 보트 형태였다.
재판부는 지난 1월 “사고 지점은 큰 도로에서 크게 회전해야 진입할 수 있고, 바로 앞에 횡단보도도 있어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해야 하는 곳”이라며 “사고차량 타이어 높이가 9.8cm임을 감안할 때 이씨가 차량을 급하게 꺾으면서 과속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씨에게 책임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