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이민호·수지 연애설은 당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을 점령한 단연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그날 모 신문에서는 자원비리와 관련해 2천8백억 증발설이 보도됐다. 엄청난 의혹일 수 있었는데도 상대적으로 ‘묻힌’ 기사로 전락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2천8백억 증발설을 덮기 위해 이민호·수지 연애설을 터뜨린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실제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터질 무렵에 종종 연예관련 특종이 터지기도 했다. 정말 영화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이 대중을 상대로 공작을 벌이는 것인가?
# 장면 하나.
2011년 4월 22일. 전날 밤부터 분주했던 소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서태지·이지아의 비밀결혼과 이혼소송에 관한 보도였다. 이날 오후 한 스포츠신문은 낮 12시 즈음에 발간되는 가판 기사가 아닌 인터넷 보도로 서태지·이지아의 비밀결혼설을 보도했다. 전날인 21일 오후부터 연예기자 사이에서 불같이 번지던 이 소문으로 북새통을 치렀던 터였다. 그런데 결혼을 했었다던 서태지·이지아의 호적은 여전히 미혼인 상태였다. 그렇다면 둘의 결혼은 법적 결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실혼을 의미하는 것인가? 의문이 증폭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양측 소속사는 "개인적인 일이라 잘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던 소문, 그 매체는 도대체 어떻게 확인했을까?"
서태지·이지아 비밀결혼설은 뜻하지 않게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바로 전날인 21일, 정치와 관련해 대형이슈가 터졌다. 바로 'BBK 사건'이었다. 서울고법은 당시 BBK사건 수사팀이 주간지 '시사IN'과 BBK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기사에 보도된 김경준의 자필 메모와 육성 녹음이 실제 존재하는 등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자가 직접 관련자를 만나 김 씨가 작성한 자필 종이와 육성 녹음을 건네받고 인용해 작성한 것으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2일 이후 쏟아진 기사들에는 서태지·이지아 두 사람이 미국에서 결혼한 후 이혼해 한국 호적이 깨끗했고, 서태지가 은퇴 선언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만났고, 이지아가 새 연인인 정우성과 어떤 관계로 이어질지에 대해 수많은 곁가지 기사를 낳았다. BBK는 사라졌고, 서태지·이지아는 몇 주 동안이나 검색어 톱 10안에 이름을 남겼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대형이슈였지만 또 다른 대형이슈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셈이다.
# 장면 둘.
2015년 4월 10일. 그룹 FT아일랜드 이홍기와 일본 그라비아 모델 시노자키 아이의 열애설이 인터넷을 달궜다. 이홍기는 FT아일랜드의 리드보컬로 한국을 넘어서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신세대 스타다. 시노자키 아이는 지난 2006년 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 그라비아 모델로 데뷔해 일약 스타로 부상했고 아이돌 그룹 'AeLL' 멤버로도 활동해왔다.
두 사람의 열애 소식은 금세 검색어 상위에 올렸다. 이홍기는 평소 깔끔한 자기관리와 팬들과의 소통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던 스타였다. 시노자키 아이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에다 소녀의 얼굴을 가진 미인으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스타였다. 한국과 일본 스타의 만남이니 금세 두 사람이 언제 만났고 어떻게 사귀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홍기·시노자키 아이 열애설은 또 다른 궁금증을 낳았다. 소문만 무성했던 게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이 뭘까, 팬들은 궁금했다.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두 사람의 열애가 사실인지 궁금해 하는 댓글이 많았지만, 뜬금없는 댓글과 비판도 많았다. “누가 시켰냐. 기사 쓰라고?”, “이런 걸로 안 묻혀요. 발악 그만 하세요”, “더 센 거를 내놓아라. 이걸로 묻힐 수 없다.”
바로 학습효과였다. 정치 관련 대형이슈가 터질 때쯤 연예 관련 보도가 나오는 희한한 구도 때문이다. 지난 4월초부터 정치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간 ‘성완종 리스트’가 터진 날이었기 때문이다. 정관계 유력인사 이름 8명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가 현 정부를 강타할 메가톤급 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을 보일 즈음 바로 이홍기·시노자키 아이의 열애설이 나온 것이다. 네티즌은 서태지·이지아 비밀결혼설로 수면 위에 떠오른 ‘정치 이슈 연예 기사로 물타기’ 공식이 이번에도 나온 것이라고 추측했을 정도다.
# 장면 셋.
"(4월)20일자 주요 뉴스를 알립니다. 에 따르면, 김기춘 前 대통령 비서실장이 19일 오승환이 있는 일본으로 돌연 출국했습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야구선수 오승환과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의 열애 사건을 보도한 한 인터넷 매체가 그 보도 기사 말미에 적은 문구다. 오승환·유리 열애설이 보도된 날,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핵심 인물의 굵직한 뉴스가 터져 나온 탓이다. 이 매체는 그간 정치 관련 이슈를 연예 뉴스로 ‘덮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터라 간접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셈이다.
“더 센 거를 내놓아라. 이걸로 묻힐 수 없다”
과연 어느 정도 사실일까? 이미 대중은 정치 관련 이슈를 물타기 하기 위해 연예 관련 이슈를 터뜨린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14년 개봉된 영화 는 바로 이런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성공에 대한 집념으로 가득 찬 열혈 매니저 '우곤(김강우 분)'은 자신을 믿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여배우의 성공을 위해 밑바닥 일도 마다 않는다. 하지만 증권가 정보지, 일명 찌라시로 인해 대형 스캔들이 터지고, 이에 휘말린 우곤의 여배우는 목숨을 잃게 된다.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찌라시의 한 줄 내용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잃게 되자 직접 찌라시의 최초 유포자를 찾아 나선 우곤. 전직 기자 출신이지만 지금은 찌라시 유통업자와 불법 도청 전문가 등을 통해, 정보가 생성되고 제작, 유통, 소비되는 찌라시의 은밀한 세계를 알게 된다. 거기에 감춰진 또 하나의 음모는 여배우의 죽음에 더 가깝다. 바로 세간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찌라시에 정보를 흘려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
의 내용은 비단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회자됐다. 한 해 전인 2013년 대형 정치 이슈와 맞물려 불거진 연예 관련 이슈였다. 2013년 3월 21일 김학의 전 차관 등 고위층 접대 논란이 불거질 때 김용만이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해 5월15일 검찰이 4대강 비리 수사를 시작할 때 서태지·이은성 결혼이 발표됐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국정 조사가 시작된 당일에는 원빈·이나영의 열애설이 불거졌고 김학의 전 차관이 무혐의 판결을 받자마다 연예인 불법 도박 리스트가 공개됐다. 또 그해 12월 12일 코레일 파업자에 대한 직위해제로 생존권에 대한 논란이 촉발될 당시에는 검찰이 성매매 여자 연예인을 본격적으로 수사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비단 2013년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 비리 의혹이나 홍준표 경남지사의 골프 논란이 터져 나올 무렵, 한류스타 이민호·수지의 열애설과 모델 장윤주의 결혼 소식이 터졌다. 이것도 부족했던 것인지 류수영·박하선의 열애설까지 등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 기사가 올 3월 22일에 보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 자원개발기업 29곳에 '일반융자' 형식으로 2천8백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온 때와 공교롭게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배 밭에서 갓 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정치와 관련해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연예 관련 뉴스 또한 터지는 게 과연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 왜 하필이면 그 날, 그 시간에 연예인 불법 도박이니 성매매니 하는 뉴스가 나오는 것일까?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정보기관에게 ‘명랑뉴스’는 여전히 관심사
연예 관련 이슈는 사실 연예계에서만 유통되는 게 아니다. 일반 기업체 비서실, 금융권 애널리스트 등 기업체뿐 아니라 경찰 정보과를 넘어서 검찰, 국정원까지 망라한다. 2000년 초반, 당시 국가정보기관은 '명랑뉴스'라는 애칭으로 연예인 관련 뉴스를 모으곤 했다. 명랑뉴스는 이 곳 저 곳을 통해 모였고, 특히 경제인 혹은 정치인과 연관된 소문은 따끈따끈한 정보로 분류됐다. 모 경제인이 자주 다니는 룸싸롱에서 여자 연예인이 목격됐다거나, 모 정치인이 행사에서 한 여자 배우를 만나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등 시시콜콜한 내용도 포함됐다. 얼마 지나면 그와 관련된 소문은 좀 더 구체화한 형태로 일명 찌라시에 유포되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대중은 찌라시의 제작, 유통 등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그 찌라시가 매체 보도나 검찰 발표를 통해 구체화되는 과정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다. 특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정보 조작이나 뉴스 유출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지난 2014년 11월에는 MBC 출연진인 방송인 노홍철이 뜻하지 않게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당시 노홍철은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호텔 코너를 돌아 불과 100여 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를 운전하다 경찰에게 적발되고 말았다. 노홍철은 음주 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을 발견하고 골목길로 차를 몰았으나 노홍철처럼 뺑소니 운전자를 잡기 위해 지켜 섰던 경찰에 딱 걸리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노홍철은 출연 중이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부 하차했다.
당시 사건의 의문점은 몇 가지로 추릴 수 있다. 도대체 노홍철은 하지 말아야 할 음주운전을 왜 해야 했는지. 차를 빼달라고 누가 연락을 한 것인지, 또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병원에 가서 채혈하는 장면이 어떻게 모 매체 카메라에 담겼는지 등이다. 한 중앙일간지 만평은 '노홍철 음주운전 적발, 정부 음모론'이라는 내용을 실었을 정도다.
특히 한 매체의 카메라 사진은 묘한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노홍철이 음주운전에 적발되고 나서 술을 마신 양이 적다며 채혈 측정을 하기 위해 병원으로 이동한 시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모습을 카메라에 잡았기 때문이다. 이 매체가 노홍철의 음주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연락을 했다는 음모론에 이어 경찰 혹은 국정원이 노홍철의 이동 경로와 병원 채혈을 이 매체에 알렸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기다렸다는 듯 촬영한 사진이 파파라치 취재로 쌓인 이 매체의 노하우 덕분인지 아니면 경찰이나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제보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연예인의 열애설, 결혼설, 사건사고를 대하는 대중의 시선이 불편한 것은 무엇보다 공교로운 시점 때문이다. 왜 하필 굵직한 정치 관련 이슈가 등장할 때 유독 연예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지 여부다.
‘보이지 않는 손’의 정보 통제?
먼저 심증은 가나 물증은 없는 연예계의 미스터리, 과연 '보이지 않는 손'의 정보 통제가 존재하는가? 정치 관련 이슈와 연예 관련 뉴스가 거의 동시에 터지는 것에 대한 상관성은 없는가?
먼저 BBK 사건 판결을 묻기 위해 서태지·이지아의 비밀결혼 보도가 불거졌다는 의혹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당시 BBK 사건의 법률대리는 한 법무법인에서 맡았다. 이 법무법인은 이명박 정부 당시 벌어진 일을 도맡다시피 한 업체였다. 공교롭게 이지아가 서태지에게 이혼소송에 따른 위자료 등 소송을 벌인 사건을 맡은 것도 이 법무법인이었다.
당시 서태지·이지아 비밀결혼 보도 이후 보도 과정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내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로는 바로 이 법무법인에서 소송 관련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것. 그 때문에 세간의 궁금증대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치 관련 이슈를 덮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이나 검찰이 연예인 관련 사건을 수사한 후 발표 시점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2009년 가수 이지훈, 신혜성 도박 관련 이슈가 검찰에 의해 발표된 것도 이미 몇 개월이나 지난 시점(8월 즈음)이었다. 조사를 받을 당시 소속사 측은 이왕 잘못을 한 바에야 빨리 처벌받고 빨리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검찰의 수사 발표 시기 조절로 인해 몇 개월 동안 숨죽이면서 기다려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정치 관련 이슈가 떠들썩해질 즈음 이 이슈를 희석시키려는 듯 갑작스럽게 이지훈, 신혜성의 도박 관련 이슈가 발표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학의 전 차관이 무혐의 판결을 받자마자 연예인 불법 도박 리스트가 공개됐다거나 코레일 파업자에 대한 직위해제로 생존권에 대한 논란이 촉발될 당시, 같은 날 검찰이 성매매 여자 연예인을 본격적으로 수사한다는 뉴스가 나온 것은 온전히 검찰의 시간 조절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물타기 전략이 매체와의 협력까지 이어진 것인지가 최근 등장한 궁금증이다. 한 파파라치 스타일의 매체가 최근 1~2년 사이 정치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예 관련 뉴스를 쏟아내면서 나오게 된 궁금증이다. 이민호·수지 열애설을 이 매체가 보도할 당시 카메라를 들고 잠복한 과정이 한국을 넘어서 이들이 만난 런던까지 이어지자 이런 궁금증이 증폭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매체는 지난 2014년 초 정치 관련 이슈와 연예 관련 뉴스 사이의 상관관계를 시리즈 형식으로 분석, 보도하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매체가 불과 1~2년이 지난 시점에 '보이지 않는 손'과 손을 잡은 것인지 의심을 받은 셈이다.
‘성완종’ 이슈의 물꼬 돌리는 데 동영상이?
'보이지 않는 손'과 매체의 직접적인 협력이 이뤄진다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매체의 보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특종과 단독 보도에 목마른 매체에 슬쩍 한 연예인의 놀랄만한 가십 정보가 흘러들어간다면 이를 거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연예 매체의 경우 정치·사회·경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기사와 그 비중을 조율할 필요도 없다. 결국 매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당할 개연성이 높다.
"지금 이슈를 덮을 만한 건 연예인 섹스비디오 유출이다. 지난달 '성완종 리스트'로 떠들썩해지자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2~3일여 만에 2만여 명이 볼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과연 어떤 연예 관련 이슈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율될 것인가? 이 네티즌의 의견대로 섹스비디오와 관련된 이슈가 터지는 것은 아닐까? 방산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한 기업체의 비밀 문서 컨테이너 박스와 함께 몰카 형식으로 찍힌 동영상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데, 후속 보도는 왜 이어지지 않을까? 혹 '성완종 리스트' 이슈의 물꼬를 돌리는 데 이 동영상이 이용되는 것은 아닐까?
현직 연예전문기자에게 들어보니…
“정보기관과 교류 있지만 서로의 직업에 충실할 뿐”
오랫동안 연예기자로 활동해온 한 기자에게 연예설과 물타기 보도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그는 검찰, 경찰과 국정원 등의 정보기관 관계자들과의 교류는 사실이지만 이슈를 덮기 위한 물타기 연애설 보도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등장하는 마약이나 도박 사건의 경우 발표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보기관과 매체의 교류는 사실 '주고받기'다. 대중이 최근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열애설', '결혼설'이 정치 관련 이슈 물타기로 보도되는냐의 여부다. 서태지·이지아 비밀결혼설부터 심지어 북한이 공해상에 미사일을 쏘았다는 보도까지, 그 시점이 공교롭게 국내 정치 관련 뉴스가 터지는 시점과 맞물리니 그럴 만도 하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열애설이나 결혼설 등의 기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민호·수지 열애설 기사가 나온 시점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비리 수사가 불거질 때였다. 하지만 그 보도가 나오기 이미 며칠 전 이민호와 수지가 파파라치 사진에 찍혔다는 소문이 돌던 터였다. 그 보도가 나올 시점 공교롭게 자원 외교로 인해 2천8백억원 융자비리가 터졌을 뿐이다.
10여 년 전 몇 해 동안 한 정보기관의 직원과 만날 때가 있었다. 그 직원의 주요 임무는 특정 언론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었고, 나아가 그 언론사의 보도 내용의 뒷이야기를 수집하는 임무였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건수가 될 만한 사건은 모두 모았고, 연예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보기관의 직원은 액수를 특정할 수 없는 카드를 주로 사용해 사람이 많은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를 좋아했다. 숨어있는 것보다 사람이 많은 게 편할 수 있다는 게 그 직원의 말이었다. 그 직원은 타사에서 얻은 정보와의 교환 등을 원했으나 보도 시점을 조정하거나 조정하기를 원한다 해도 맞추기가 어려운 게 매체의 특성이다.
정보기관 직원은 연예 관련 소문을 전해주기도 하고 캐내가기도 했다. 소문이나 카더라 통신 위주였다. 실제 기사화할 만한 내용을 건네지는 않았고, 그 역시 기사화되기 어려운 내용을 전달해줬다. 어찌 보면 서로 정보를 건네려 하지 않고, 정보만 받으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정치 관련 이슈를 연예 뉴스로 덮으려는 것보다 정치 관련 뉴스가 나올 때쯤 슬쩍 연예계 소식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정보기관과 매체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 덮고 덮어줄 만큼 친밀한 관계는 아니다. 서로의 직업에 충실했을 뿐. 누구의 정보든 수집하려는 게 각 직업의 특성이 아닌가.
반면 마약이나 도박과 관련된 보도는 열애설 보도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들도 연예기자들에게 가장 자주 묻는 게 "요즘 누구(연예인) 약이나 도박한다는 소문 들은 적 없어요?"이다. 승진과 윗선의 관심을 끌기에 이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마약 관련 건은 사회적인 파장도 큰 만큼 앞 다퉈 보도가 된다. 이런 언론 보도들은 고스란히 스크랩되어 보고서와 함께 첨부된다. 승진에 가점이 되는 건 당연하다.
특히 점조직으로 이뤄지는 마약이나 도박 건은 그 수사 기법상으로도 '일망타진'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첩보를 얻었더라도 유명인이 포착되거나 실제 핵심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대외적으로 발표를 미루며 시점을 저울질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