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선거구 4곳 중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등 수도권 3곳을 모두 석권하며 압승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3차례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모두 승리하는 진기록을 기록하게 됐다.

이번 선거 승리는 새누리당에 큰 의미가 있다. 최근 터진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악재 속에 거둔 승리였고, 무엇보다 내년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 3곳에서 모두 이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성완종 파문을 뜷고 ‘여당의 무덤’이라 불리는 재·보선에서 3연승을 거둔 이유에 대해 이날 정치권에선 야권의 분열과 전략 부재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야당 패배의 원인 중 가장 빈번히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8명 중 7명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 현 정부 최고위 친박(親朴) 실세였기 때문에 ‘성완종 파문’은 여권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10일 성완종 파문이 터졌을 때만 해도 선거 끝났구나 싶었지만, 자체조사를 해보니 의외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국민이 성완종 파문을 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 정치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이 여당도 야당도 모두 부패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태의 본질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빌미로 과도한 정치 공세를 펴는 쪽이 오히려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경제 정당’ ‘안보 정당’을 내세우며 수권(受權) 정당의 면모를 보이려 애썼다. 그러나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가 터진 뒤 이를 고리로 “친박 비리 게이트”, “대통령이 몸통”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다. 성완종 파문의 본질을 여당의 부패 스캔들로만 인식, 정권 심판으로 선거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정당 지지율이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것은 야당의 판단과는 달리, 대다수 사람들이 이 사건을 정치권 전체의 부패 스캔들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성 전 회장의 2차례 사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마찬가지”란 인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문재인 또 박근혜에게 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완종 파문 속에서 ‘새줌마’(새누리당과 차줌마의 합성어) 슬로건을 앞세워 선거 지역의 숙원 사업을 세심하게 챙기는 인상을 준 새누리당의 전략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더 효과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완종 파문과 함께 여당 압승의 주요 원인이 된 것은 야권 분열이었다. 이번 재·보선 선거구 4곳 중 인천 서·강화을을 제외한 3곳은 모두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곳이었다. 특히 서울 관악을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경기 성남 중원에서도 새정치연합 정환석 후보와 옛 통진당 출신 김미희 후보가 출마해 야권 표가 갈라졌다. 두 지역에 대해선 새누리당 내에서도 “야권 분열이 없으면 여당이 이길 수 없는 지역”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쨌든 새누리당의 이번 승리로 여당은 성완종 파문으로 야당에 빼앗겼던 정국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게 됐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 처리도 전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