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1석도 건지지 못하는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선거 초반 무소속 천정배, 정동영 후보와 옛 통합진보당측 김미희 후보 등의 출마로 어려운 선거가 예상됐지만 여권 핵심 실세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지면서 승리를 점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개표 결과 4개 지역구를 모두 내주면서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 게다가 ‘인천 서·강화 을’을 제외하면 이번 재보선 지역구가 모두 야권 성향이 강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원 유세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4곳에서 전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별다른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야당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광주 서을’ 선거에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에게 패배한 것을 가장 뼈아프게 여기고 있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광주 시민의 호감이 아직 부족한 상태”라며 “지명도에서도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천 후보에게 많이 밀렸다”고 했다. 서울에서 야권 성향이 가장 강한 곳으로 통하는 ‘관악 을’ 패배도 타격이 크다. 지난 27년간 이 지역은 항상 야권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었지만 이번에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도 서울 지역 전반의 선거 상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정동영 후보 출마로 인한 야권 분열 때문에 패배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이지만 결국 새누리당의 ‘지역일꾼론’을 깨지 못한 전략의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 성남 중원의 패배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이미 옛 통진당측 김미희 후보 출마로 인한 야권 표 분산으로 승산이 거의 없다는 분석을 내렸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당했다는 점 때문에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비노 진영 의원은 “지난 해 7.30 재보선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문 대표도 최소한 사과 정도는 해야할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선거 전략이 새누리당에 비해 치밀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취임한 지 2달여밖에 되지 않았고 야권 분열 여파가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때문에 사퇴론까지 거론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충격적인 패배지만 아직 문 대표 사퇴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패배를 밑거름 삼아 문 대표와 주변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비노 진영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들끓고 있는 상태라 당내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는 단정짓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