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진섭(36·가명)씨는 얼마전 퇴근 길에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들어온 오피스텔 성매매 문자를 받았다. 오피스텔 성매매는 성매매 여성이 있는 오피스텔 특정 호실로 찾아가 성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김 씨는 호기심에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남성은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앞으로 오라고 했다.
김 씨는 남성을 만나 20만원을 건넸고, 남성이 알려준 오피스텔 호실로 찾아갔다. 그런데 초인종을 누르니 나타난 사람은 성매매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반인이었다. 알고보니 사기꾼이 처음부터 사기를 칠 목적으로 아무 오피스텔 호실이나 알려준 뒤 돈만 받고 잠적한 것이다.
소액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본인의 신원을 감춘 채 수십만원 수준의 사기를 치는 것이다. 사기는 과거 심각한 범죄였지만 요즘엔 범죄 경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기술을 배워 별 죄의식 없이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소액 사기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은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장터다. 인터넷 사이트에 중고 물품을 파는 글을 올린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것이다. 물건을 보내더라도 게시글과 다른 물품을 보내거나 빈 상자만 보내는 형태의 사기도 있다. 작년 말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이지선(27·가명) 씨는 “상태 좋은 중고 노트북을 판다는 글을 본 뒤30만원을 보냈는데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돈을 보낸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고 하소연했다.
소액 사기범들은 피해액이 수십만원 수준으로 크지 않아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수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노린다. 특히 오피스텔 성매매 사기의 경우 피해자들이 경찰 조사가 두려워 신고를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김진섭씨도 피해를 입은 뒤 신고를 하지 못했다.
소액 사기는 개별 피해는 크지 않지만 모아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 신고나 수사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오랜 기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큰 범죄다. 소액 사기를 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활용한다. 또 꼬리가 밟히지 않도록 스팸 메시지를 발송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고 저장된 번호로 걸려온 전화만 받는 등 신분을 감추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 지고 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선 소액 사기 수법을 공유하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경험담을 보면 일부러 악플이 달릴 수 있는 글을 게시한 뒤 악플을 한 사람을 협박하는 방법, 각종 성금 모금을 한 뒤 착복하는 방법, 절판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비싸게 판매한 뒤 도서관에는 책 정가만 반환하는 수법 등이 올라와 있다. 이 중에는 재미를 위해 올린 글도 있지만 실제 사기가 이뤄졌거나 연결될 수 있는 글들도 많다. 또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구입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경우도 많다. 글을 올린 사람들은 사기수법 뒤에 ‘론(loan·대출)’이란 명칭을 붙여 자랑하듯 무용담을 남기고 있다. 성금 모금 사기를 ‘모금론’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소액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관련 게시글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네티즌들의 지적이다. 직장인 김경훈(38·가명) 씨는 “처음엔 별 뜻없이 관련 글을 재미로 보던 사람들이 익숙해지면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기 수법 공유에 대한 철저한 차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