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슬럼프가 아니라 이게 실력이죠" - 롯데 손아섭

롯데 간판스타 손아섭이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5년 연속 3할 타율로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가 된 손아섭이지만, 심한 슬럼프 속에 2할대 초반 타율에서 헤메고 있다. 타격폼부터 시작해서 작은 것까지 모두 바꿔 본 손아섭이지만 딱히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 답답하다. 손아섭은 25일 "이제 슬럼프라는 말은 안 맞는 것 같다. 이게 내 실력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손아섭은 26일 사직 삼성전에서 간만에 멀티히트를 치며 반전 계기를 만들었다.

▲ "돈 내놔라 먹튀야" - 류중일 삼성 감독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없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26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는 지나가던 장원삼의 등 뒤로 "어제 참 잘 던지데"라고 슬며시 말을 던졌다. 전날 장원삼은 1.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장원삼은 "감독님, 이제 사직에서는 안 되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작년에도 장원삼은 사직에서 1.1이닝 7실점을 당했었다. 류 감독은 거기에 "니 경상도 사람 아니가"라더니 "돈 내놔라 먹튀야"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장원삼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아직 2년 남았다"며 당당하게 받아쳤다.

"맞으면? 집에 빨리 가면 된다" - KIA 김기태 감독

연장 10회 접전 끝에 승리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말 한 마디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자칫 끝내기를 맞고 패할 수도 있었던 9회말 마운드에 올라간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다음날인 26일에도 큰 궁금증을 불러왔으나, 답은 간단했다. 김 감독은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를 돌아보며 "50% 확률인데, 맞으면 집에 빨리 가면 된다고 했다"고 가감없이 말했다. 이어 "프로야구 선수라면 이런 경기를 즐겨야 한다. 이런 경기를 하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긴장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승부욕도 불어넣었다. 김 감독의 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KIA는 이날 두산을 5-4로 제압했다.

▲ "코치님 엉덩이만 보고 올라갔다" - 두산 노경은

26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1군 선수단에 합류한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노경은이 재활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꺼냈다.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생활하며 복귀를 준비하던 노경은에게 잔류조의 이광우 코치는 하체를 확실히 단련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근처 산으로 데려갔다. 노경은은 "코치님 엉덩이만 보고 올라갔다. 나는 힘들어하는데 코치님은 계속 뛰시더라. 하체를 단련시키겠다고 하셨는데 2주 만에 다 됐다"고 말을 이었다. 자신의 노력과 이 코치의 마음까지 더해져 늦지 않은 시점에 1군에서 팀 분위기에 다시 적응하기 시작한 노경은은 조만간 1군 엔트리 등록도 앞두고 있다.

▲ “자기가 던지고 싶어서 던지는 게 아니다” - kt 조범현 감독

조범현 kt 감독은 25일 수원 넥센전에 앞서 전날 데뷔전을 치른 안상빈에 대해 “타자를 압도하는 스피드다. 제구력만 뒷받침 되면 된다”라고 극찬했다. 24일 넥센전에 등판한 안상빈은 패스트볼 최고 구속 152km를 던졌다. 2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기록으로 무난한 데뷔전. 조 감독은 안상빈이 던진 몸 쪽으로 깊게 파고드는 빠른 공에 대해 묻자 “타자들은 아마 무서울 것이다. 그 공은 자기가 던지고 싶어서 던지는 게 아니다. 어디로 갈지 모른다”라고 답했다.

▲ “내가 또 해줘야 하나 걱정했다” - 넥센 염경엽 감독

염경엽 넥센 감독은 26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kt와의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냈다. 염 감독은 “22일 SK-kt전을 보는데 끝까지 불안하게 봤다”면서 “‘홈 첫 승 해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t는 22일 SK전 이전까지 홈 첫 승을 기록하지 못했던 상황. 하지만 kt는 SK를 꺾고 기다렸던 홈 첫 승과 입맞춤했다. 염 감독은 주말 3연전에서 kt와 원정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다시 그런 기록(kt 창단 첫 승은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달성됐다)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 염 감독은 “내가 또 해줘야 하나 걱정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제가 스타플레이어도 아닌데…" 한화 이동걸

지난 25일 대전 SK전에서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승을 올린 이동걸. 12일 사직 롯데전 빈볼 퇴장 후 5경기 출장정기 징계를 딛고 거둔 첫 승이라 기쁨 두 배였다. 이튿날 그는 "5경기 징계라 엔트리에서 제외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자신감 잃지 않게 안아주셨다. 제가 스타플레이어도 아닌데…"라며 김성근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김 감독도 "이동걸이 2군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 그에게 오히려 고마워했다. 이심전심이었다.

▲ "썩었다, 썩었어" - 한화 정근우

턱 부상을 딛고 지난 22일 잠실 LG전부터 1군 경기에 복귀한 정근우. 그러나 실전 공백을 감출 수 없는 모습이다. 복귀 후 5경기에서 14타수 1안타로 타율이 7푼1리에 불과하다. 지난 24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7타수 무안타다. 타격감이 썩었다"고 자조했다. 이날 2루타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이후 더 이상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비록 안타는 하나뿐이지만 볼넷 2개와 함께 4개의 희생번트로 한화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은 잘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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