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이) 전날보다 많이 찾아 주셨지만, 투표소는 대체로 한산한 편이에요. 투표하러 1분에 1명 정도 오시기 때문에 기다리거나 줄을 서서 투표하실 필요가 없어요.” (난향동주민센터 선거 사무원)
서울 관악을의 사전투표소 분위기는 격전지라고 부르기 어색할 정도였다. 선거 사무원은 “재보궐선거는 원래 투표율이 낮고 이 지역에서 선거가 치뤄지는지 모르시는 주민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관악을의 사전투표소인 난향동주민센터와 서원동주민센터의 투표장은 유권자보다 선거 안내원이 훨씬 많았다. 투표장에서 선거를 하는 유권자는 평균 2~3명으로 선거 안내원(10명 안팎)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25일 오후 4시 기준 관악을의 사전투표율은 6.26%로 재보선이 치뤄지는 네 지역(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인천 서강화을, 광주 서을)의 같은 시각 평균 사전투표율(6.5%)보다 낮다.
지승훈 서원동주민센터 직원은 “오늘 오전 11시까지 모두 677명이 투표했는데 확실히 주말이라 어제보다 오늘 투표소를 찾는 주민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보궐선거는 원래 주민들이 투표에 대한 관심이 낮아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이틀간 사전투표하기 위해 서원동주민센터를 찾은 관외(관악을 외 선거 지역) 유권자는 5명 정도였다. 서원동주민센터의 한 안내원은 “이번 재보선 지역은 4곳이라 관악에 와서 투표하는 다른 지역 주민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설명했다.
서원동 주민인 나종관(53)씨는 “시간 있을 때 투표하면 좋을 것 같아 왔는데 와 보니 참여율이 너무 저조하다”며 “후보가 싫든 좋든 나라 좋게 만들려고 나온 것이니 (유권자들이) 투표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60세 이상 노인에서 주부, 20대 젊은층 등 여러 세대의 유권자가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투표하러 나온 가족 단위의 유권자도 제법 있었다. 난향동주민센터의 한 선거 안내원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라 다양한 유권자들이 찾는다”며 “지역 특성상 젊은 부부들도 많다”고 말했다.
관악을 지역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 오른 곳이다.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의 출마 등 야권 후보가 난립하면서 관악의 선거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편이다.
난향동 주민인 김 모씨(35)는 “관악이 여야 격전지라고 하는데 선거 분위기를 보니 맞는 것 같다”며 “다른 선거 때보다 플래카드도 많고 평소보다 (후보자들이) 유세도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난향동 주민인 차 모씨(45)는 “갑자기 정동영 후보도 나오고 야권이 분열되면서 우리 지역이 정치권 싸움판이 된 것 같아 달갑진 않다”면서 “후보들이 이럴 때만 지역을 위해 일 한다고 하는데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27년 만에 여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서원동 주민인 심 모씨(64)는 “관악은 계속 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도움되는 게 없다”면서 “이번에는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주민들 성향이나 인식도 과거와 달라진 것 같다”며 지역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여론조사를 봐도 여당 후보가 높게 나오는 것 같다”며 “다른 선거 때보다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완종 파문’의 영향으로 여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유권자도 많았다. 난향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최 모씨(65)는 “이번에 성완종 사건만 봐도 집권당이 무능해 보인다”며 “지금은 여당이 강하니 야당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