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영화산업 박람회 '시네마콘(CinemaCon)'은 에어쇼 같았다. 에어쇼가 여러 항공사와 공군 앞에서 바퀴·레이더·미사일을 선보인다면 시네마콘은 영화 장비 관련 업체들이 혁신적인 기술로 관심을 끄는 자리다. 극장주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순간 부드러운 활주로가 펼쳐지는 셈이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편해지고. 전미극장주협회(NATO)가 주최하고 80여개국 237개 업체가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 부스를 설치한 올해 시네마콘의 경향은 이렇게 요약된다. 상영 환경을 아우르는 이른바 '3S' 중에서 스크린(screen)은 270도로 넓어지고 음향(sound)은 개인용 헤드폰으로 깊어지고 객석은 침대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20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이 박람회에서 가장 많이 튀어나온 단어는 '몰입감(immersion)'이었다. 영화관만의 특별한 경험을 주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근심이 읽혔다.

시네마콘에서 가장 붐빈 4DX 체험관.

시네마콘은 선글라스에 가죽 점퍼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돌아온다(I will be back)고 했잖아요" 하는 아널드 슈워제네거('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비행기 옆에 매달려 날아가는 장면은 스턴트 없이 몸소 촬영했다"고 영업하는 톰 크루즈('미션 임파서블') 등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홍보 경연장이기도 했다. 3D 시대가 저무는 징후가 보였고 스크린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었다.

3D 지나 4D로

아이맥스와 3D 시대를 거쳐 이젠 4D가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시네마콘에서 가장 붐빈 부스는 CJ 4DPLEX가 개발한 4DX 체험관이었다. 액션 영화나 재난 영화 속 장면과 호응하며 객석이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진동' '물' '바람' '향기' 등 10가지 환경 효과를 제공하는 이 오감 체험 상영관은 이번에 '눈' '비바람' '열풍' 기능을 추가로 장착해 인기를 모았다.

CGV가 2015 시네마콘에서 선보인 270도 다면 영상 시스템 ‘스크린X’. 객석 좌우 벽면에도 영상을 내보내 관객을 에워싸는 형태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2009~2010년 영화 '아바타'로 3D 열풍이 불었고 이젠 세계 상영관의 과반수가 3D 상영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지만 관객 반응은 시들해졌다. 3D에 최적화된 영화가 드물기 때문이다. 4DX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는 극장주들에게 돌파구로 다가왔다.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4DX는 이미 세계 33개국에서 170개 상영관을 운영 중이다. 레이싱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가 최근 4DX에서만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도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국 영화관 체인 1위인 리갈시네마에서 성인이 '어벤져스: 에이즈 오브 울트론'을 볼 경우 2D관은 15.5달러, 3D관은 19.5달러, 4DX관은 23.5달러가 든다. 좌석 점유율은 4DX관이 가장 높다. 1년 전에 CJ 4DPLEX로부터 이 기술을 수입한 리갈시네마 쉘비 러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액션 영화나 재난 영화, 애니메이션은 몰입도가 가격 저항을 상쇄하고도 남아 인기"라고 했다. 4DX는 '에디슨 어워드' 미디어&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라 있다.

270도 스크린

스크린은 정면에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270도 다면 영상 시스템이 시네마콘에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바코(Barco)는 기존 스크린 좌우를 확장해 파노라마처럼 시야에 꽉 차는 '이스케이프(escape)'를, CGV는 좌우 벽면에도 영상을 쏴 관객을 에워싸는 스크린X를 각각 선보였다. 모두 12개의 영상기로 구현되는 스크린X는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픽사 제작진과 공동 작업 결과물을 공개했다. 전용 안경 없이도 시야가 확장돼 마치 운전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스크린X는 상업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호주 독립영화협회 아드리안 페코틱 회장은 "광고 분야는 물론 영화 플랫폼으로서도 환상적"이라고 평했다. 최병환 CJ 4DPLEX 대표는 "올해 스크린X에 최적화된 상업영화를 선보이고 향후 4DX와 결합해 시각과 체험을 극대화한 차세대 상영관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