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모(17)군은 최근 ‘사다리 홀짝 게임’으로 한 달 용돈 20만원을 모두 날렸다. “잘 만하면 돈이 두 배로 불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친구의 말에 도박사이트에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 ‘사다리 홀짝’이란 사다리 타기와 홀짝 게임을 섞어놓은 불법 도박이다. 도박 참가자가 사다리 끝에 표시된 홀과 짝 중 하나를 골라 판돈을 걸고 맞추는 게임이다. 맞추면 건 돈의 1.95배를 받지만, 못 맞추면 모두 잃는다.
김군은 “이 게임으로 30분만에 20만원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 중에 많게는 하루에 10만원씩 버는 애들도 있어서 나도 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돈을 따면 또 딸 수 있을 것이란 마음에, 잃으면 다음엔 성공할 것이라는 마음에 계속 손이 간다”고 했다. 추억의 홀짝 게임이 인터넷 도박으로 변질돼 청소년들의 호주머니를 털고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어 일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이 도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은 로또복권이나 즉석복권은 물론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예측해 돈을 거는 스포츠복권도 구입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법 사이트는 가입자의 나이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청소년들이 쉽게 도박에 중독될 수 있고, 판돈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법 도박사이트는 대부분 음성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입하려면 이미 가입한 사람의 추천이 필요하다. 개인 문자나 이메일 확인을 거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올 들어 3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린 불법도박사이트는 약 1만2000곳, 이들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에서는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제재가 이뤄지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고 새로 생겨나는 사이트를 고려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방심위의 한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이나 신고 접수를 통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지만, 수만개의 불법 사이트를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이트는 접근 차단 조치를 취해도 주소만 바꿔 새로 만드는 일이 많아 근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