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을 명분으로 내건 서울 도심의 집회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태극기를 불태우는 모습이 보도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8일 오후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한 20대 남성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에 불을 붙였다. 태극기가 절반 이상 타들어간 모습이 보도되자 시민들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를 불태울 수 있느냐"고 비판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남성을 처벌해달라"며 20일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법으로 강제해선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태극기를 불태우거나 찢는 것은 '국기 모독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다. 형법 제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國旗) 또는 국장(國章)을 손상·제거·오욕(汚辱)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기 모독죄로 실제 처벌받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국기 모독죄를 적용하기 위해선 대한민국을 모욕할 의도가 있었는지가 확인돼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2011년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가 태극기를 밟은 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헌화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한 전 총리에게 국기 모독죄를 적용할지 검토했지만, 결국 "모독 의도가 없었다"며 각하(却下)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18일 태극기를 불태운 남성의 경우 대한민국을 모욕할 의도가 있었는지는 수사를 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공안 관계자는 "과거 처벌 사례가 없으니까 일부 시위꾼들이 죄의식 없이 태극기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한민국을 존중한다는 입법 취지에 맞게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국기 모독죄가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인지를 두고 오랜 논란이 있었다. 1989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며 성조기 소각을 금지한 텍사스주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2005년 성조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수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지만, 이듬해 상원에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