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삼성그룹 대졸 공채 지원자들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을 치루고 돌아가고 있다.

‘싸트’라고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는 삼성그룹이 사원 채용을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다. 삼성그룹은 올해까지 입사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SSAT를 실시한 뒤, 그 결과로 면접 전형 대상자를 추린다.

응시 인원은 지난해 하반기 대졸 공채(3급) 기준 10만명 가량으로 지난해 59만5000명이 응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지난 2월 19만1000명이 지원한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규모가 큰 시험이다.

삼성그룹은 SSAT에 대해 “학력 또는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폭넓은 지식으로 주어진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라고 설명한다. 언어력, 수리력, 추리력, 지각력 등 기초 지적능력과 업무에 필요한 상식을 보는 시험이라는 얘기다.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치르는 SSAT는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영역, 시각적 사고, 직무상식의 5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영역별 시험 시간은 25~30분. 문항 수는 수리논리가 20문항으로 가장 적고, 직무 상식이 50문항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 3 영역은 30문항이다.

개별 문제들은 어렵거나 복잡하진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은 데다 문항 당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사교육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원자의 소양을 평가해야 하는 직무적성검사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언어논리는 크게 어휘, 문장 배열 및 논리적 구성, 독해의 3 부분으로 나뉜다. 수리논리는 방정식, 확률 및 통계, 자료 해석 등의 문제가 주로 출제된다.

추리 영역과 시각적 사고 영역은 각각 언어 추리, 도형추리, 도식 추리, 단어 유추 등과 도형조각, 종이접기, 전개도, 조감도 등의 문제들로 구성돼 IQ 테스트와 유사하다.

매년 SSAT 때마다 화제가 되는 영역은 직무상식이다. 일반, 역사, 과학·IT(정보기술), 경제·경영 등 폭넓은 분야에서 문제가 출제되는 데다 해마다 문제 출제 방식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사물인터넷을 뜻하는 ‘IoT(Internet of Things)’,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 ‘타이젠(TIZEN)’, 삼성전자 웨어러블 브랜드인 ‘기어(GEAR)’ 등을 묻기도 했다.

역사 문제의 경우 문항 수가 늘었고, 단순 지식이 아니라 한국사와 세계사를 아우르며 시대별 흐름을 꿰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다. 한국사와 인문학을 연계한 문제와 함께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차례대로 나열하라는 문제, 조선 말기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을 구분하라는 문제도 나왔다.

전문가들이 “SSAT 고득점을 위해서는 한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도 충분히 공부해야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삼성은 각 계열사 사원들로 30명가량의 출제위원단을 구성한다. 선발자는 삼성전자가 4~5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에서 2명 안팎, 다른 계열사에서 1명씩 정도다.

대부분 1~2년 차 입사자로 SSAT 만점 또는 1% 이내 고득점자가 뽑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제 원칙은 ‘매번 새로운 문제 유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출제 영역과 문항 수를 계속 바꾸는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외부 전문가들이 감수와 문제 출제, 난이도 조정 등을 돕는다. 이러한 문제 특성 때문에 SSAT 고득점 비결을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용기 삼성전자 무선인사팀장은 “신문과 책이 삼성 입사를 위한 최고의 참고서”라며 “오랜 기간 신문과 책을 많이 읽어 세상을 종합적·논리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