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명. 서울에서 성매매를 전담 단속하는 경찰관 숫자다. 서울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 28명과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의 풍속단속계 전담 직원 54명이 바로 그들이다. 현장 경찰들과 이들을 지휘하는 김동수(42)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에게 성매매특별법은 어떤 의미일까.
김 계장은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물론 그와 관련된 각종 범죄를 단속하는 법적 근거”라며 “법률을 보완·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나오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미 ‘성매매는 죄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1년간 범죄 억지 효과, 질서 유지 기능을 볼 때 성매매특별법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 변론이 시작됐다. 합헌·위헌 공방이 치열한데, 현장에서 성매매를 단속하는 경찰의 입장은 무엇인가.
"합헌, 위헌 여부를 잘라 말한다면 합헌이라는 의견이다. 개인의 '성행위'와 돈을 주고 받으며 성을 상품화하는 '성매매'는 다르다. 성매매 영역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간통죄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데 요즘 성매매 현장 단속을 나가보면 '간통죄도 위헌인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 관계에 끼어드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매매 알선자들도 잘못한 게 없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로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은 좋지만, 이 논의만으로 '성매매는 죄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질까봐 걱정된다."
-전직 경찰인 김강자 전 총경이 위헌 변론에 나선다. 경찰의 입장과는 다른 주장을 할 것이다.
"그 분(김강자 전 총경)의 위헌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종암경찰서장 재직 당시 미성년자의 성을 보호하려 했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현직에 있을 때 이른바 '성매매와의 전쟁'을 펼친 분이 퇴임 후 말을 바꾼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단속 경찰의 애로사항을 무시할 수 없어 지금의 주장을 못했던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위헌 결정이 난다면 성매매특별법을 근거로 그간 성매매를 단속해 온 경찰 입장에서는 허탈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단속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고, 그간의 단속 노력이나 성과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단속하지 말아야 할 것을 쓸 데 없이 단속한 셈이 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성매매 단속 때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이 많다고 들었다. 업소 관계자 또는 성매수남들과 몸싸움도 벌인다는데, 단속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일단 단속 자체가 힘들어졌다. 과거에는 성매수남과 접대부가 함께 숙박업소로 이동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곳이 거의 없다. 모두 차를 타고 따로 이동해서 만나는 식이다. 현장을 잡을 때도 매번 강제로 문을 개방하는데, 체액 같은 명확한 증거가 나와도 열이면 열 모두 성관계를 안 가졌다면서 부인한다. 결국 우리는 현장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사진을 찍고, 심지어 그때도 '경찰이 나체 사진을 찍어 인권을 침해한다'는 항의가 나온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성매매 현장을 덮치는 것 자체가 경찰관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성매매 단속 인력은 충분한가.
"경기가 어렵다지만 성매매 업소에 손님은 늘 끊이지 않는다. 경찰 단속 인력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광역단속수사팀 28명 중 22명이 올해 처음 들어온 새 얼굴들이다. 과거 이경백 사건 등으로 경찰 비위 사건이 터지면서 풍속 단속을 맡은 팀원은 1년마다 교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업무 연결성도 그렇고 단속 전문성과 노하우, 조직 소속감까지 동시에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처음 단속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이 꽤나 걸린다."
-인력 문제 때문인지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이 실적을 위해 만만하고 단속하기 쉬운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 위주로 마구잡이 단속을 한다'는 지적도 한다.
"그건 오해다. 서울 시내 전역, 모든 성매매 업소가 경찰 단속 대상이다. 성매매 공간이 다양해지면서 수사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텐프로 같은 유흥주점은 물론 오피스텔, 불법 마사지 업소 등의 성매매도 동시에 단속하고 있다. 다만 신종 성매매의 경우, 단속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큰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성매매 여성 중 생계형과 비생계형을 구분할 수 있는 방도도 따로 없다. 단속해보면 모든 성매매 여성들이 하나같이 "먹고 살려고 나왔다"고 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매매는 엄연히 범죄의 영역이고, 성매수자를 단속하면서 성매매 여성을 단속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찰은 정보에 따라, 첩보에 따라 수사할 뿐이다."
-단속 대상과 관련해 최근 국세청·감사원 직원들이 성매수 혐의로 붙잡혔는데, 최근 사회 지도층에 대한 성매매 단속이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에 따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시기가 묘하게 겹쳤지만,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와는 무관히 일상적인 단속을 하던 중 '대어'를 낚은 셈이다. 성매매 단속은 누가 잡힐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국세청 직원들이 갔던 룸살롱은 유명한 업소로, 우리 경찰이 수 차례 성매매 단속에 실패한 다음 한 번 잡고 보니 국세청 직원들이었다. 감사원 직원들이 갔던 요정도 마찬가지다. '강남에 요정식 주점 두 세 군데가 성업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지켜보던 중 마침 여성가족부 단속반 제의가 들어와 함께 단속에 나선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경찰 측 주장은 이해한다. 그렇다면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현행 성매매특별법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경찰 입장에서 볼 때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내도 기소율은 낮고, 상당수 기소유예나 벌금 정도만 받는다. 초범은 대부분 재범 방지 교육(존스쿨 교육)을 받으면 기소 유예다. 그러니 성매매가 나쁘다는 인식 자체가 희미해진다. 단속에 적발돼도 대부분은 '재수 없이 걸렸다'는 식이다. 성매매 업소들도 '다 하는데 왜 우리만 잡느냐'고 한다. 성매매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처벌이 강해야 범죄 억제 효과도 강해진다."
-성매매특별법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성매매 단속에서 경찰의 주안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찰은 정해진 법에 따라 단속을 하고 수사를 하는 기관이다. 헌법재판소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행법을, 추후 법이 바뀐다면 그 법을 묵묵히 집행하는 것이 우리 경찰이 할 일이다. 다만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려 한다. 산업화·기업화된 퇴폐 성매매, 특히 성매매 알선자들에 집중해 보다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단순 성매매 당사자보다 실제 업주, 알선자, 공간 제공자 등에 대한 전략적 단속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만한 성매매 업소들만 단속한다'는 오해도 불식시키고, '그래도 이래서 성매매특별법이 존재했구나'하는 사회적 의식도 심을 수 있을 것이다.